미국 벤처캐피털들은 20세기 후반들어 미국경제의 고속성장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했다. 이들은 창업가나 금융자본가를 만나며 첨단 IT(정보기술)산업의 발전을 주도해왔다. PC,네트워크,인터넷으로 이어지는 미국 벤처산업의 역사를 설계해온 주역이 벤처캐피털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과도한 투자로 세계 IT"거품"및 불황을 심화시켰다는 비난도 받고 있지만 이들은 불과 2년전만해도 10억달러짜리 초대형펀드를 불과 며칠만에 "뚝딱" 결성하는 마술로 신생벤처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수행해왔다. 수백~수천배에 달하는 투자수익률로 벤처캐피털들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넘쳐났다. 그러나 올해 미국의 벤처캐피털들은 어느해보다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나스닥시장 등 증시침체로 투자한 회사들을 IPO(공개시장)에 내보내기 힘들어졌고 펀드결성도 어려워졌다. 미국 언론들은 지난 2년여동안 설립된 2백여개 벤처캐피털가운데 상당수가 새로운 펀드결성에 실패해 문을 닫거나 기존 펀드의 해체수순을 밟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투자동향=나스닥 등 증시침체로 10분기 연속 투자규모가 줄고 있다. 올해 3.4분기 투자규모는 약 45억달러수준으로 집계된다. 지난 1998년 1.4분기의 42억달러 이후 최저치다. 벤처캐피털투자가 "피크"를 기록했던 지난 2000년 1.4분기의 2백95억달러와 비교하면 15.2%수준에 불과하다. 신규 펀드조성 상황은 더욱 나쁘다. 지난 2.4분기에 벤처투자를 위해 결성된 펀드규모는 18억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억달러에 비해 다소 늘었지만 지난 2000년 1.4분기와 비교하면 고작 10%에 불과하다. 투자기업수도 급격히 줄었다. 미국 벤처캐피털들이 3.4분기까지 투자한 기업수는 1백59개로 집계된다. 이는 지난 1994년(4.4분기)의 투자기업수 46개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분야별 투자감소율은 생명과학이 53%로 1위를 나타냈고 통신과 네트워크분야도 각각 32%와 34%에 달했다. 자체 구조조정착수=합병 펀드해체 등을 통해 벤처캐피털들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3천여개에 달하는 미국 벤처캐피털중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된 곳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대부분 유한책임회사(Limited Liability Partnerships)형태로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법인세와 자본이득세를 이중으로 부담할 이유가 없어 설립과 청산이 그만큼 자유로운 셈이다. 미국벤처캐피털업계는 앞으로 벤처캐피털간 합병과 전문회수시장(Secondary Market)을 통해 벤처캐피털수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펀드의 해체작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자체 구조조정과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액셀파트너는 올해 14억달러의 기존펀드중 최근 4억5천만달러를 투자자에게 되돌려줬다. 또 상당수 벤처캐피털들은 통상 3%에 해당하는 펀드운용 수수료를 각사 또는 펀드별로 0.5%~1%포인트씩 삭감하고 있다. 전망 및 투자전략=벤처캐피털들은 앞으로 2년간 업계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최대 투자회수처인 IPO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올해 상반기까지 벤처캐피털투자업체중 IPO에 성공한 기업은 50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국 벤처캐피털들은 국내와 달리 초기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를 오히려 늘리고 있다. IPO외에 기업인수합병(M&A)이나 초기매각 등을 통한 투자회수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또 펀드규모가 줄고 시장상황이 나쁠수록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량 초기기업의 발굴,적극 투자해야 된다는게 대부분 벤처캐피털들의 투자전략이다. 미국 벤처캐피털이 지난 2.4분기동안 신규로 조성한 펀드중 초기단계의 벤처기업에 투자한 비중은 약 28%로 집계된다. 이는 지난 1.4분기의 17.6%를 웃도는 수치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