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로 인해 차기정부로까지 사실상 미뤄질 것으로 관측됐던 조흥은행의 매각절차가 예상외의 속도를 내고 있다. 조흥은행 매각심사를 위해 11일 처음 열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심사소위는 매각주간사인 모건스탠리와 정부로부터 양측의 제안을 설명받은데 이어 선거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선거 이틀전인 17일 2차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 "가격, 시가보다 높고 전반적 검토 끝냈다" = 회의가 끝난 뒤 정부측 매각소위 위원인 유재한 공자위 사무국장은 초미의 관심사인 가격문제에 대해 밝히기 어렵다고 전제한 뒤 "양측 모두 주당가격은 현재 시가보다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회의에서 매입가, 매입부대조건 등도 '전반적'검토를 끝냈으며 특히 서버러스가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풋백옵션'이 "과거의 풋백옵션과 달리 내용상'계약전 발생손실보전'(인뎀니피케이션)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조흥은행의 주가가 이달 초 5천원선을 돌파한 뒤 하락했지만 10일, 11일의 종가가 4천800원 내외를 오가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한 정부가 조흥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 원금을 건질 수 있는 수준은 넘으며 제시조건도 정부가 실망스럽지는 않은 상태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가에서는 대체로 양측이 6천원 내외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유력한' 인수후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신한금융지주측이 좀 더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주당 가격을 얼마로 산정하든 실질가치는 정부에 현금외 지급할 주식의가치산정, 지불시기와 방법에 따라 상당수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명목상주당가격만으로는 우열을 판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미묘한 매각시기 등 정부의 매각추진사실이 드러난 후 제기된 문제에 대해 "위원들간에 별다른 논란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인수자의 자격문제에 대해 회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은행법상 투자펀드는 10%이상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면서도 "외국금융기관이 컨소시엄에 낄 경우 사정은 달라지며 금융감독위원회가 자격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 외부의견 청취, 다음 회의가 마지막 = 주목할 점은 "매각검토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는 정부의 거듭된 언급 및19일 이후 사실상 정권을 인수할 양대 후보의 매각반대의견과 달리 조흥은행 매각작업이 의외의 속도전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유 국장은 "다음 회의를 17일에 여는 데 조흥은행 경영진과 신한,서버러스측이 모두 참석해 위원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직접 밝히게될 것"이라며 "매각주간사나 당사자 등 외부견해를 듣는 절차는 다음이 마지막이 될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다른 정부 관계자도 "차기정부가 은행매각이라는 어려운 일을 초기부터 맡으려 하겠느냐"며 "이 정부임기내에서 끝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정치권이 반대의사를 밝힐 때마다 "현 시기 매각반대는 민영화 자체에 대한 반대다","정치권과 매각연기를 합의한 적이 없다"는 정부의 거듭된 언급으로볼 때 매각심사절차가 의외로 빨리 끝나고 공자위 본회의가 '공'을 떠맡을 가능성이적지 않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점점 드러나는 정부의도 = 노조의 파업연기까지 겹치며 예상외로 매각절차가 순조로움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제시하는 매각방식에 대한 논란도 점차 커져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공개했던 가격외 양측의 매입조건에서 "서버러스가 51%지분을 현금으로 사겠다"고 밝혔지만 서버러스는 매입후 조흥은행과 제일은행을 합병할 것이라는 조건을 덧붙였다. 이 경우 조흥은행 29%, 제일은행 49%의 지분이 있는 정부는 합병은행의 신주를 재지급받게되므로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매입방식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으로는 조흥은행의 지분전량을 매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반면, 합병후 대금의 절반을 신한지주의 주식으로 지급하겠다는 신한측은 '전량매입', 서버러스는 '51%매입'으로 공표된 것 자체가 정부가 어느 쪽에 의중을 두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이 금융계의 관측이다. 아울러 공적자금 투입은행 매각대금으로 계속 상당량을 합병은행의 주식으로 받게됨으로써 현존 은행에 주주권행사라는 '정당한'절차를 통해 금융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오히려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매각심사와 승인절차에서분명히 규명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