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의 특허의약품 저가공급을위한 무역관련 지적재산권(TRIPS) 협정의 재해석에 관한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고있는 가운데 한국의 `개도국 지위'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에 의해 강력히 도전받고 있다. WTO는 지난해 11월 제4차 도하 각료회의에서 에이즈 치료제 등 특허의약품을 싼값에 공급하기 위해 공중보건에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고 해당 의약품을 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강제실시(Compulsory Licensing)' 규정의 완화방안을 올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WTO 회원국들은 제약 능력이 없거나 취약한 국가들에 한해 제3국에 `강제실시'를 의뢰해서 특허의약품을 생산한 뒤 이를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원칙에 의견접근을 이뤘다. 그러나 미국과 EU는 이른바 `도하선언문 제6항'의 적용대상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30개 회원국을 완전 배제하고 고소득 개도국에 대해서는 국가비상사태에만 국한하도록 하는 내용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제약산업을 보유하고 있는 스위스와 일본은 미국과 EU의 주장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OECD 회원국인 한국과 멕시코를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일부 동구권국가들은 `제6항'의 발동포기 여부는 회원국들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결정돼야 하며 OECD와 고소득 개도국 등 인위적인 기준을 설정해서는 안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나섰다. 특히 한국은 OECD 가입 당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은 사실을 강조하면서 전쟁등 국가비상사태의 경우에는 `제6항'을 발동할 수 있도록 인정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이와관련해 미국의 통상전문지인 `워싱턴 트레이드 데일리'는 한국이 OECD 회윈국중 개도국을 특허의약픔 저가공급 대상에서 배제하려는 미국과 EU의 제안에 강력히 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제약산업의 생산기반을 갖추고 있는 한국이 미국과 EU의 OECD 회원국 및고소득 개도국 배제요구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것은 TRIPS와 공중보건에 관한 협상결과가 WTO내 다른 분야의 협상에 자칫 선례가 될 소지가 있으며 농업협정상의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데 논란의 불씨가 되는 것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과 EU는 이달초 제네바에서 열린 25개 WTO 주요국 고위급 회의에서 개도국에 대한 특별대우 문제와 관련해 개도국에 대한 `졸업' 개념을 도입하거나 소득 수준 등에 의해 세분화해서 지원에 차별에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TRIPS 이사회는 회원국들간의 이견으로 의장이 제시한 `제6항'의 이행방안에 관한 초안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냉각기를 가진 뒤 이번주중 회의를 다시 열어 협상을 계속키로 했다. TRIPS 이사회는 12월11-12일로 예정된 금년도 마지막 일반이사회에 `제6항'의이행에 관한 결정내용을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