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경쟁업체 최고경영자(CEO)를 고문으로 데려온 회사가 있다. 자국어 인터넷주소 서비스업체 넷피아(대표 이판정)는 최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투자한 리얼네임즈 설립자이자 대표인 키스 티어씨를 해외담당 경영고문으로 전격 영입했다. 넷피아와 리얼네임즈는 지난 3년 동안 자국어 인터넷주소(키워드) 시장을 놓고 법정공방까지 벌이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치열하게 싸워 왔다. 자국어 인터넷주소 서비스란 인터넷주소란에 'www.hankyung.com'을 입력하는 대신 한글로 '한국경제'를 치면 한국경제신문사 홈페이지가 뜨는 시스템이다. 태국 중국 등 비영어권에서도 자국어로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서비스를 누가 선점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리얼네임즈는 MS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넷피아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리얼네임즈는 지난 5월 넷피아와의 싸움에서 밀리자 MS가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며 손을 떼는 바람에 파산했다. 넷피아의 승리로 싸움은 끝났지만 그동안 감정이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키스 티어씨의 영입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판정 넷피아 대표는 티어씨와 함께 일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 티어씨는 1천5백억원을 투입하고 파산한 리얼네임즈의 CEO로 엄청난 경영수업료를 지불한 데다 글로벌경영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그에게 고문 영입의 뜻을 전했다. 이 대표는 동양과 서양에서 인터넷주소 서비스를 최초로 시작한 두 사람이 함께 뜻을 같이하자고 설득했다. 티어씨는 넷피아의 제의를 악의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가 이 대표의 진심을 알고 고문계약서에 사인하게 됐다. 이 대표는 "한국이 태권도의 종주국이 된 것처럼 우리가 만든 모델이 전세계 자국어 인터넷주소의 종주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