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대덕밸리 중견 벤처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1-2개월 사이 대덕밸리 4개 벤처기업이 제품 판매 부진과 자금난 등으로 부도처리됐거나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는 등 '잘 나가는 업체'로 꼽혀 온 터여서 대덕밸리 벤처업계에 미치는 충격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등록을 추진해 온 H사의 경우 이달 초 주력 제품인 비동기식전송모드(ATM ) 및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유무선 통신 관련 모듈 판매가 부진을 면치못하면서 자금난이 심화돼 부도처리됐다. 이 회사는 올해 초 한국신용평가정보가 선정한 '2002년 고속성장 기업'에 오를만큼 성장성을 인정받았으나 서투른 마케팅 등으로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주저앉았다. 전자통신 부품 전문업체인 K사도 최근 부도를 내고 회사 청산 신청 절차에 들어갔다. 압전세라믹 발전기와 피부미용기 등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관련 업계의 주목을받았던 이 회사는 제품 판매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자금난에 봉착하게 됐다. 부품소재 전문업체인 H사는 30억원이 넘는 부채로 경영주가 기업경영 포기의사를 밝힘에 따라 사실상 정상적인 회사 경영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충남 논산에 마이크로 절삭공구 및 메카트로닉스 생산라인등을 갖춘 공장을 신축하는 등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한 데다 그동안 추진해 온 자금유치 계획이 무산되면서 심한 자금난을 겪어 왔다. 이밖에 O사도 유무선 전화기와 MP3 플레이어를 개발해 관심을 모았으나 시장공략에 실패하면서 자금난이 악화돼 결국 문을 닫았다. 벤처기업 관계자는 "중견 벤처의 잇단 도산은 대덕밸리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인수.합병(M&A) 등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문을 닫는 업체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이은파기자 silv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