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배반의 시대에 살고 있다. 발표되는 각종 경기지표들이 자신들의 예상을 뒤엎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분 나빠하지는 않는다. 지표들이 예상외로 좋은 까닭이다. 지표들은 한결같이 '살아있는 미 경제'를 대변해 주고 있다. 3분기 미국경제성장률이 3.1%(추정치)에서 4.0%로 상향조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CNN방송은 "미국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진단했다. ◆ 예상외로 좋은 지표들 지난달만 해도 4대 1의 비율로 경기악화 지표들이 많았다. 한때 잠잠했던 더블딥 논쟁이 재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는 이 비율이 역전됐다. 최근 나온 5개의 지표중 나빠진 것은 10월 신규주택착공건수 1개뿐이다. 기존주택판매 신규실업자수 필라델피아제조업지수 경기선행지수들은 모두 예상과는 달리 호전됐다. 기존주택 판매량(1.6% 감소예상)은 10월중 6.1% 증가했고,11월 필라델피아지역의 제조업지수는 6.1로 예상치(-3.0)를 크게 웃돌았다. 미 경제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신호들이다. 이같은 경기호전 조짐은 미국 기업들의 수익개선에서 비롯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편입 종목중 지난 10월말 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4백15개 기업의 순익 증가율은 9%에 이르렀다. 지난 2분기중 1% 증가에 비하면 놀라운 결과다. 또 이들 기업의 80% 이상이 예상치보다 좋거나 같은 수준의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달초 금리를 대폭 인하, 앞으로 발표될 소비 및 생산지표들도 양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더블딥 없는 경제성장 "더블딥은 기우일 뿐이다." 지난 25일 기존주택 판매량이 급증하고 주택가격도 9.8% 뛰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월가의 부동산경기 전문가 마크 맥기는 올 여름 이후 미 금융시장을 괴롭혀온 더블딥 논란에 마침표가 찍힐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택경기가 살아있는 한 더블딥은 없다는 것이다. 주택가격 상승은 '부(富)의 효과'를 내 경제를 살아있게 만든다. 미 국민들은 값이 오르는 주택을 담보로 저금리 자금을 대출받아 각종 가구와 내구재들을 구입, 소비 열기를 북돋우기 때문이다. CNN은 26일 각 기관들이 실시한 소비동향 조사를 취합한 결과 올 연말 소비가 전년동기 보다 5%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미 중간선거에서 집권 공화당이 승리,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과 저금리 정책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기대감이 소비 및 투자 심리를 안정시킨 결과란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컨퍼런스보드의 11월 소비자 신뢰지수도 9년래 최저치를기록했던 전달(79.6)보다 소폭 상승한 84.1로 집계됐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 경제가 현 4분기에 잠시 1%대로 성장률이 떨어진 후 내년에는 물가불안 없이 성장할수 있는 최대한도인 잠재성장률(3.5%)에 근접하는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