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같으면 향우회와 동창회 등 각종 단체의 송년모임 예약이 완료돼 자리가 없었을 부산시내 호텔과 대형 음식점 등이 송년모임 감소로 다소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부터 경기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향우회와 동창회 모임 등에 사법당국이 감시의 눈길을 집중시키면서 송년모임들이 대거 취소되는가 하면 규모를 축소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부산롯데호텔의 경우 11개 연회장(수용규모 2천500명)이 있는데 12월중 예약률은 80%선에 머물러 작년보다 10%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그나마 예약된 250여건의 각종 모임 가운데 동창회와 향우회 등의 송년모임은 200여건으로 전체의 80%에 그쳐 작년보다 송년모임은 더욱 줄어들었다. 특히 작년까지만 해도 100~200명 단위의 대규모 송년모임이 주를 이뤘으나 올해는 50~100명 단위로 절반수준으로 축소됐고 사전에 대규모 모임을 예약했던 동창회와 향우회 등이 취소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해운대 웨스틴조선비치호텔도 연회장 예약률이 작년의 70%선에 머물고 있다. 중구 대청동 코모도호텔 역시 연회장 예약률이 작년의 60%%선으로 떨어졌고 모임의 규모도 작년보다 훨씬 작아지는 추세다. 특히 모 동문회의 경우 작년에 600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총동문회 차원의 송년모임을 가졌으나 올해는 졸업기수별로 나눠 소규모로 송년회를 열기로 했다. 이 동문회 관계자는 "대규모 동문회 모임을 열 경우 대선후보 진영에서 불시에방문할 가능성도 있어 본의아니게 불법선거운동 시비에 휘말리기 싫어 아예 기수별송년회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동구 초량동 아리랑호텔은 아직까지 송년모임 예약이 한건도 없는 상태다. 동구 범일동에 밀집한 고급 일식당 등에도 송년모임 예약이 작년보다 30~40% 줄어든 상태라고 음식점 관계자들은 말했다. 부산의 대표적인 고급 일식집으로 꼽히는 A,B초밥집의 경우 작년 이맘때 연말까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예약이 밀렸으나 현재는 60%에도 못미치고 있다. 기업들의 송년회 모임도 크게 줄었다.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의 경우 나이키와 시슬리화장품, 푸르덴셜생명 등 외국계회사들의 행사만 예약돼 있을 뿐 국내기업의 행사는 1건도 없는 상태다. 이같은 사정은 다른 호텔들도 비슷하다. 부산의 모 중견기업 관계자는 "작년의 경우 거래처 사람들과 송년모임을 여러차례 가졌으나 올해는 회사사정이 못한데다 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까봐아예 송년모임을 없앴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체는 "올해는 회사 매출이 작년보다 줄어든데다 내년에는 경기가 더나빠질 것으로 예상돼 경기절감 차원에서 음식점에서 열었던 부서별 송년모임을 없애고 사무실에서 간단한 다과를 차려놓고 조촐하게 연말을 맞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박창수.조정호기자 c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