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권 1,2위 경제대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경기회복을 위해 상반된 길을 가고 있다. 불어나는 재정적자와 높아가는 실업률에 시달리는 등 양국이 처한 경제상황은 비슷하다. 그러나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각각 '증세'와 '감세'란 정반대의 해법을 구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 일단 '감세'쪽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닮은 꼴 경제=독일과 프랑스는 유로권 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경제대국이다. 하지만 양국 모두 재정적자폭이 유럽연합(EU)의 유로권 안정성장 협약에 규정된 상한선인 국내총생산(GDP)의 3%를 지키기 힘든 처지다. 특히 독일은 올 재정적자가 GDP 대비 3.8%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EU집행위원회로부터 1차 경고를 받았다. 9%대에 이르는 고실업도 양국이 안고 있는 공통된 골칫거리다. 독일의 실업자수는 지난 10월 4백12만명에 달해 4년래 최대치다. 프랑스 실업률도 2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반적인 경제상황도 모두 좋지 않다. 독일 분데스방크는 이날 "3분기 0.3%의 경제성장률을 보인 독일 경제가 당분간 회복세로 돌아설 것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도 "독일이 10년전의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프랑스 경제성장률이 올해 10년 만의 최저 수준인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반영하 듯 양국 증시는 올 들어 각각 39%,31% 급락했다. ◆해법은 정반대=슈뢰더 총리는 유로권의 재정적자 상한선을 맞추기 위해 세금과 사회보장비용을 늘리는 강수를 두고 있다. 독일은 20일 주식과 부동산 매매 차익에 대해 15%의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제조업체와 농민들에 적용되는 에너지세 감면폭을 대폭 줄였다. 반면 프랑스는 올해 소득세를 5% 낮춘데 이어 지난 10월엔 9백만명의 저소득 근로자들에게 평균 3백유로에 해당하는 감세조치를 취했다. 덕분에 프랑스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자연히 양국 경제정책에 대한 자국내 반응은 1백80도 다르다. 독일 내에서는 "독(poison)이다. 경제상식에 반하는 조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제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을 더 걷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시라크 대통령의 인기는 지난 5월 재선 당선 이후 상한가다. 그 결과를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현재로선 시라크의 해법이 호응을 얻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