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를 위해 누구보다 뜨겁게 여름을 났던 월드컵 공식상품 영세제조업체들이 연쇄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업체마다 생산물품의 70% 이상이 창고에 쌓여 있는 등 총 600여종 2천억원 상당이 재고로 남아 있는데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허용한 판매시한이 2006년 독일 월드컵 홍보 기간이 시작되는 오는 12월 31일로 마감돼 회생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FIFA 라이선스를 받은 월드컵 공식상품 제조업체들에 따르면 400여개에 달하던 이들 업체중 이미 200여개가 부도를 냈고, 남은 업체들도 FIFA의 판매 종료시간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재고물품을 모두 폐기처분, 영업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월드컵 공식 마스코트 제조업체 O사 관계자는 "직원수를 반인 5명으로 줄이고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업과 정부기관에 판매를 시도하고 있지만이마저도 다음달 31일이면 그만둬야 할 판이라 산더미처럼 쌓인 마스코트를 보며 한숨만 쉴 뿐"이라고 한탄했다. O사측은 "12.8%에 달하는 과도한 FIFA 라이선스료와 까다로운 생산.판매 규정에따라 높게 책정될 수 밖에 없었던 제품 가격, 그리고 소규모인 업체측의 홍보 부족등이 영세업체들의 연쇄 도산을 부를 수 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월드컵 공식 티셔츠를 제조했던 T사 관계자는 "50여명에 달하던 직원이 하나둘씩 떠나고 10명이 마지막 판촉활동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한달 후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티셔츠를 폐기처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막막할 뿐"이라며 "최선을 다했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T사측은 "FIFA 로고 만을 단독으로 표시해야 한다는 FIFA의 까다로운 판촉활동규정 때문에 자사 로고를 찍어주기 바라는 대기업 납품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티셔츠를 팔아야 했다"며 "그러나 FIFA 요구에 따라 높게 책정된가격에다 붉은 악마 열풍으로 곳곳에서 만들어낸 붉은 악마 티셔츠만 불티가 났을뿐 50만장에 달하는 티셔츠가 아직 창고에 쌓여 있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를 더욱 답답하게 하는 대목은 정부기관이나 기업, 개인의 제품구매를호소하는 것 말고는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 월드컵 자원봉사를 한 인연으로 월드컵 공식상품 제조업체 도우미 전화(02-562-0550)를 개설, 이들을 돕고있는 황주성씨는 "지난 여름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영세업체들이 직원 임금도 주지 못한 채 도산 위기에 처한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월드컵 뒷마무리를 위해 내년 2월까지 존속, 활동중인 월드컵 조직위측은 "도산위기에 처한 많은 업체들의 어려운 실정이 안타깝지만 월드컵 조직위가 FIFA와 개별기업간의 사적인 계약에 의해 이뤄진 사업에 관여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다만 앞으로 업체들의 판매의 장을 마련한다던가 월드컵 후원업체를 대상으로 기념품 형식으로 나눠 팔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