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등에서는 1백여년 전부터 표준제도를 도입, 산업별로 활용해 왔다. 신기술 개발에 나서는 기업들은 대개 R&D 예산의 10% 안팎을 표준화 작업에 투입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들은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표준회의(IEC) 등 국제 표준기구를 통해 자국의 기준을 국제표준으로 만드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반면 일본은 국제표준화 추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왔다. 일본은 국제표준화의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뿐만 아니라 주.시 정부 등 지방 정부도 독자적인 표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표준설정 기관이 80개인데 비해 민간부문이 세운 기관은 무려 6백20개에 이른다. 자유로운 표준제도 때문에 국제표준에 대처하기가 곤란할 것을 우려한 미국정부는 지난 96년 '국가기술이전 및 진흥법'을 제정, 국가표준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UL이라는 인증마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UL은 1894년 델라웨어주에서 처음 도입된 것으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전기.전자제품에 부착되는 품질인증 마크다. UL마크 획득이 의무화돼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인지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미국에서 전기.전자제품을 팔려면 반드시 이 마크를 따야 한다. 유럽 지난 80년대부터 표준정책 전략을 마련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해 왔다. 이동전화의 경우 유럽규격인 GSM을 국제표준화로 채택하는데 성공, 전세계 시장의 65%를 차지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이 만든 CE 마크는 유럽의 대표적인 인증마크로 각종 기계류를 비롯 의료기기 완구 압력용기 등 거의 모든 상품에 부착된다. EU 회원국에 수출하려면 이 마크를 반드시 따야 한다. 일본 세계표준에 적극 대응하지 못해 손해를 많이 봤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표준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세계표준화 작업에 동참하지 않은 결과 지난 70~80년대에 제정된 세계표준은 일본에 불리한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아날로그식 고화질TV(HDTV)를 일본이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도 이를 세계표준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일본식 품질관리체제가 국제 품질관리인증인 ISO 9000에 반영되지 못한 것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박해영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