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상반기 기업경영 분석에서 주목되는 것은 국내 제조업체들의 '체질'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내용'을 따져보면 아직 체질 개선을 낙관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삼성전자 등 우량 대기업들 몇 군데의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질 뿐 적지않은 기업들은 경상이익률 등이 되레 악화됐다. 또 올 상반기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진데는 대우자동차와 대우중공업 등 대우계열사들에 대한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에 따른 '통계적 착시'도 적잖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 선진국보다 낮아진 부채비율 제조업체들의 재무구조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을 무색케 할 정도로 향상됐다. 한은이 집계한 올 상반기 제조업 부채비율(1백35.6%)은 미국(1백62.1%)과 일본(1백59.7%) 등 선진국 평균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국내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외환위기 당시인 97년 3백96.8%까지 치솟았다가 △98년 3백3% △99년 2백14.7% △2000년 2백10.6% △2001년 1백98.3%로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적어도 재무구조에 관한 한 선진국들 부럽지 않은 체질 개선을 일궈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총자본에서 차입금과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금 의존도' 역시 지난해 상반기보다 6.7%포인트 낮아진 33.1%를 기록했다. 한은은 이처럼 재무구조관련 지표가 호전된 이유로 △기업 구조조정 △대기업 중심의 차입금 상황 △금리하락 등을 꼽았다. 그러나 옛 대우그룹 소속 기업들에 대한 은행들의 출자전환 등 구조조정이 평균 부채비율을 떨어뜨리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인정했다. 청산예정법인인 대우중공업을 계산에서 제외함에 따라 제조업 전체의 부채비율이 6.1%포인트 낮아진데다 대규모 출자전환이 이뤄지고 채무면제이익이 발생한 대우자동차의 재무구조 개선으로 제조업의 부채비율이 25.8%포인트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동안 제조업 평균 부채비율이 46.6%포인트(1백82.2%→1백35.6%) 개선됐다지만 그 중 절반 이상을 대우관련 기업의 구조조정이 기여했다는 얘기다. ◆ 수익성에 비해 성장성은 떨어져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올 6월말 현재 7.3%로 한은이 상반기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난 89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7.8%)이 기업경영합리화 노력과 원재료가격 하락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포인트 상승했고 금리하락으로 금융비용이 줄어든데다 환율하락으로 외환이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경상이익률은 미국(5.0%, 2002년 6월말 기준)이나 일본(3.9%, 2000년말 기준)보다도 높다. 그러나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로 기업들이 설비투자는 줄이는 대신 현금보유액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 한가닥 불안을 남기고 있다. 국내 경제가 성장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신규 투자가 아쉬운 상황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유형자산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1.3% 감소한 반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현금 및 예금의 비중(6.9%)은 지난 90년대(평균 6.2%)는 물론 외환위기 직후인 97년말(6.4%)과 98년말(6.5%)보다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조성종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경제전반의 성장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특히 연구개발분야의 투자를 늘려야만 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