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들의 급증하는 엔화 단기차입에 강력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정부는 은행들의 단기 엔화차입문제를 앞으로 직접 챙기면서 최악의 경우외화대출 용도제한까지 부활시킬 수 있다고 밝히는 등 근년에 보기드문 강한 입장을보이고 있어 향후 금융권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 금융권 엔화차입 얼마나 늘었나 해외에 공급할 자본이 넉넉하고 금리가 싼 일본에서 금융권이 자금을 조달하는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상환기간이 1년 미만인 단기 엔화자금의 비중이 급속히 늘어난다는 데 있다. 재정경제부가 8일 발표한 '9월말 대외지불부담현황'에 따르면 상환기간 1년 미만 단기엔화대출액 규모는 지난해말 5천만달러 규모로 모니터링 대상조차 되지 못했으나 불과 9개월만에 규모가 26억 달러로 52배까지 팽창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에 비하면 아직까지 '코끼리 비스킷'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나 이같은 속도가 지속된다면 최악의 경우 '미스매칭현상'으로 곤란을 겪을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말 이후 원-엔(100엔 기준) 1천원선으로 큰 변동이 없어 아직은 다행이지만 향후 경제상황급변이 발생할 경우 환리스크까지 '이중고'를 떠안아야 한다. 전윤철(田允喆) 부총리도 지난달 금융연구원 주최 금융기관장 조찬모임강연에서가계대출과 아울러 일본으로부터의 단기차입을 통한 자금운용을 자제해 줄 것을 공개요청하는 등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40%를 넘어선 단기외채비중보다 더욱 신경을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정부대책 어떤 것이 있나 재경부는 우선 한국은행이 분기별로 파악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통화별 차입현황을 재경부가 월별로 직접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아울러 다음주에는 금융기관 자금담당자들을 모아 엔화차입 및 대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통화당국에 맡기지 않고 직접 챙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엔화자금을 빌려쓴 기업들이 환차손을 부담하지 않도록 현재 여신잔액 10억원이상 기업중 총자산대비 외화자산,부채비율이 10%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여신심사시 리스크헤지평가대상을 늘리는 등 건전성 감독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재경부는 월별 모니터링결과 현재와 같은 엔화차입,대출증가세가 꺾이지 않을경우 한국은행과 협의를 거쳐 지난해 폐지된 '외화대출융자 제한제도'를 일부 부활해 외화대출용도를 시설자금으로 제한하는 '극약처방'도 검토하고 있다. 외화가 극히 부족하던 52년 도입된 이 제도는 기업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받을 때 운전자금 등 원화소요자금 용도로는 외화대출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로 49년간 존속됐으나 환율제도가 변동환율제로 바뀌는 등 금융환경이 변화하면서지난해 10월 폐지됐다. 또 엔화 단기대출을 중심으로 단기차입이 과도하게 증가할 경우 감독당국과 협의해 외화유동성비율, 중장기 외화대출비율을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