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이후 주요 교역상대국들과의 후속 FTA 체결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김석수 총리가 지난 4일 중국 및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의를 열고 내년부터 3국간 FTA 효과를 공동 연구키로 합의한 것이 신호탄이다. 오는 14∼15일 호주 시드니에서는 한국과 싱가포르 통상장관이 FTA 협상을 위한 공동 연구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투자실장은 "한국의 주요 교역국인 동아시아 국가들 상호간에도 FTA 합종연횡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칠레와의 FTA 협상을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후속 FTA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FTA 논의 확산 가속화 정부는 칠레와의 협상 과정에서 농산물 등 산업피해가 우려되는 민감 품목이 가장 큰 걸림돌로 드러난 만큼 민감 품목 유무와 상대국 선호도를 기준으로 후속 FTA 체결 대상국을 선정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최근 대외경제 장관회의에서 농산물 비생산국인 싱가포르를 두번째 FTA 협상 대상국으로 낙점했다. 정부는 양국 통상장관 합의를 바탕으로 향후 1년 가량 산·관·학 공동연구를 벌인 뒤 정부간 협상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아세안 국가들과의 통합 FTA 체결은 장기 과제로 검토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정리했다. 아세안 회원국 대부분이 주요 농산물 생산국들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일본과의 산·관·학 FTA 공동연구를 당초 일정보다 6개월 가량 앞당겨 내년 말까지 마무리한 뒤 정부간 협상에 조기 착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멕시코를 중남미 진출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 내년 중 공동연구에 착수,이르면 2004년부터 정부간 협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FTA 협상은 당장 본격화하지 않을 전망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한·중 FTA가 성사될 경우 값싼 농산물과 경공업 제품의 대량 유입으로 국내 산업피해가 우려돼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 국가의 FTA 급물살 그동안 FTA에 소극적이었던 일본은 지난 1월 싱가포르와의 첫번째 협정 체결을 계기로 동아시아 및 중남미 국가와의 협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선 멕시코와 오는 18일 협상 체결을 위한 정부간 협상에 들어간다. 최근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아세안과도 FTA 체결 협상을 추진키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중국은 아세안을 FTA 체결의 첫번째 과녁으로 삼았다. 산업구조가 비슷하고 화교 자본이 경제를 장악한 동남아지역을 끌어안아 거대한 '중화 경제권'을 구축하려는 노림수다. 중국은 최근 아세안과 FTA 협상 추진에 합의,오는 2004년 6월까지 관세협정을 맺은 뒤 2010∼2013년 사이에 중·아세안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