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가 지난 8∼10월(1사업 분기) 중 6억1천8백만달러의 순익을 냈다.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은 6일 뉴욕증시가 끝난 뒤 실적발표를 통해 "1사업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 증가하면서 순익이 대폭 늘어났다"고 밝혔다. 챔버스 회장은 그러나 "2사업 분기(11월∼내년 1월)에는 정보통신 업계의 불황이 깊어지면서 회사 순익이 4% 가량 떨어질 것"이라며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시스코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7% 급락했다. ◆경영실적 군계일학(群鷄一鶴)=이날 발표된 시스코의 1사업분기 매출은 48억5천만달러로 월가의 예상치(48억1천만달러)를 웃돌았다. 주당 순익도 8센트로 전년동기의 주당 3.7센트 순손실(2억6천8백만달러 적자)에 비하면 놀랄만한 성과다. 노텔네트웍스 등 10여개의 경쟁업체들이 평균 48%의 매출 감소를 나타낸 것과도 매우 대조적이다. 이는 시스코가 정보통신시장의 장기불황을 감안,생산설비를 늘리는 대신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적극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핵심역량을 키워온 결과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정보통신산업의 미래는 우울=챔버스 회장은 이날 "통신서비스 시장 규모가 계속 축소되면서 시장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라우터 스위치 등 광전송장비를 생산하는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설명이다. 컴퓨터 서버나 개인용 컴퓨터(PC) 기업들이 IT 불황에다 업체간 '저가(低價)경쟁'으로 경영 악화에 빠졌던 시나리오가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시스코는 전세계 라우터 시장에서 80%의 시장을 점유,1위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경쟁사인 주니퍼네트웍스 노텔네트웍스 등이 조금씩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