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7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세계경제 불안을 우려, 콜금리 목표치를 현 수준(4.25%)으로 동결했다. 금통위의 콜금리 동결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나 이날 새벽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금리를 예상외의 큰폭인 0.5%포인트 인하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국의 연방기금금리가 1.75%로 이미 낮은 상황에서 다시 0.5%포인트를 내린 것은 그만큼 경제상황을 어렵게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에따라 수출에 의존하는우리 경제의 불투명성도 커지게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금통위가 가계대출 증가 등 시중 유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금리를 동결함으로써 연말이나 내년초까지는 금리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해외 경제 불투명성 증대 미국 FRB가 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의 만장일치로 파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침체일로의 소비와 투자를 추스르고 예고된 이라크전쟁의 불확실성에 따른경기 침체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경제는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함으로써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쟁결행 가능성이 증대됐고 이때문에 소비.투자가 위축되고 증시가 불안하게 움직일 가능성 역시 높아졌다. 소비심리가 바닥을 기고 있고 공급관리연구소(ISM)의 제조업지수는 2개월 연속침체를 뜻하는 50 이하에 머물고 있다.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1%를 기록했으나 실업자는 갈수록 늘고 있는 등 더블딥(이중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유럽 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일본 경제 역시 누적된 금융부실에 소비.투자 침체로 디플레이션 함정에서 비틀거리고 있는 것도 세계 경제의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 국내 경제여건도 악화 이런 가운데 국내 경제여건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올들어 자동차.반도체 수출이 늘면서 전체적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GDP 성장률도 6%대로 미국이나 유럽, 일본 경제에 비해 차별성을 보이고 있으나 앞으로 이같은 순항이 계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통계청의 9월중 산업활동동향은 생산, 수출, 소비 등 투자를 제외한 실물지표가모두 악화되는 부진을 보였다. 견조한 모습을 보여주던 산업생산 증가율은 3.4%에 머물러 전달의 8.5%에서 뚝떨어졌다. 공장가동률은 급격히 하락했고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내수출하도 7월과 8월엔 증가율을 보였으나 9월에는 감소했다. 도소매판매 증가율이 2.9%에 머물며 7∼8월의 6%대에서 절반이상 위축돼 급속히냉각된 소비심리를 반영하면서 향후 경기향방 전망에도 경계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때문에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도 악화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6일 발표한 `4.4분기 소비자태도 조사'에 따르면 소비지출지수는 50.2로 전분기보다 떨어져 4분기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11월 기업실사지수(BSI)는 98.6으로 12개월만에 기준인 100 밑으로 내려섰다. ◆연말연초 금리인상 없을 듯 박승 한은 총재는 "경제성장률과 물가가 각각 6%대와 3% 정도로 목표치를 유지하는 등 국내 경제는 견실하나 해외여건 악화때문에 금리동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라크전쟁이 예고되고 있는 등 해외여건이 당분간 더 나아질 가능성이 없고수출.소비.투자 등 국내 경제여건 역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다음달 금통위에서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은은 "다음달 경제상황이 바뀌면 다른 금리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얘기했지만 대통령선거 등 중요한 정치일정이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이나 인하를 단행해 경제정책 운용에 변화를 몰고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이라크 전쟁 등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외환경의 악화가 우리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우려가 있다"며 "앞으로 수출이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가 통화정책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노효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