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30일 부실채권 처리 가속화, 산업재생기구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종합 디플레이션 대책을 마련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의장을 맡고 있는 정부의 경제재정자문회의는 이날 저녁 모임을 갖고 디플레이션 대책안을 의결했다. 이날 마련된 대책은 ▲부실채권을 오는 2004년까지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고 ▲`산업재생 및 고용대책 전략본부'를 신설하며 ▲실업에 대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한다는 내용이 뼈대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이번 디플레 대책의 `핵심'으로 지적되어온 현행 은행회계제도의 개혁은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 대신 현행 회계제도를 엄격히 운용키로했다. 회계제도 개혁은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금융상 겸 경제재정상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계획이다. 즉 미국식 회계방식의 도입을 통해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을 엄격히 심사한다는게 초점이었다.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자기자본비율과 관련해 은행간 우열이 드러나고, `열등'한 은행에 대해서는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부실채권 정리가 신속히이뤄진다는게 `다케나카식' 개혁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담은 중간보고서는 이미 지난 20일께 집권 여당과 대형 은행들의 반발에 부딪혀 표류했으며, 결국 이날 채택된 최종안은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는 선에서 개혁의 깃발을 내리고 만 셈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기자들에게 "회계제도 개혁의 시기를 명문화하지 않았다고 해서 부실채권 처리 가속화의 의지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일본의 언론들은 이같은 디플레이션 대책에 대해 `다케나카 개혁의 후퇴'라고 평했다. 일본은 각종 국제무대에서 부실채권의 조기처리를 약속했지만, 결국 이번에도국내 정치논란 등에 밀려 개혁을 실기할 위기에 처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