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조흥은행 지분매각이 시작부터 혼란을 겪고 있다. 올들어 시장여건이 좋지않아 수차례 연기됐던 정부의 조흥은행 지분매각에는 국내외 기관들이 너도나도 참여의사를 보이고 있다. 반면 조흥은행 노조는 반발과 함께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며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매각입찰에 참여했던 제일은행이 간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나섬에 따라매각과정에서의 공정성 시비 우려도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너도나도 인수 참여.."예상 밖" 로버트 코헨 제일은행장은 30일 "조흥은행의 정부지분 인수 제안서를 냈다"면서"지분 51%를 인수할 수 있고 뉴브리지캐피탈로부터 자금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고 강력한 인수참여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이에 앞서 국내외 8개 금융기관으로부터 조흥은행 지분 인수를 위한 투자의향서를 받아 이중 신한지주컨소시엄, 일본 신세이(新生)은행, 대만 후본(富邦)금융그룹, 미국계 금융회사 등 4개사에 실사기회를 줬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지분매각에는 국내외 4∼5개 금융기관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이는 정부가 조흥은행 민영화 추진을 위해 지난 3월부터 두차례나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추진하다가 시장상황이 좋지않다는 이유로 연기했던 상황과 대조를보이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이같은 상황반전이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조흥은행 노조 등의 의혹제기 조흥은행 노조는 이같은 상황반전을 설명할 수 있는 뚜렷한 여건변화가 없다는점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노조는 먼저 정부 교체기인 점과 경영권 이전을 포함한 정부의 지분매각 추진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고가(943.54)에 비해 30%가량 하락했고 조흥은행 주가도최고가(7천780)에 비하면 40%가량 떨어진 시점에서 정부가 지분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노조는 정부가 공적자금 원가에 이자를 감안할 경우 원금회수를 위해서는 매각주가가 6천31원은 돼야하는 상황에서 액면가 보다 낮은 현재의 주가(4천800원 안팎)가 매각가격에 반영될 경우 `헐값매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정부가 지난 4월 조흥은행이 대부분의 경영개선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해 적기시정조치를 해제, 조흥은행의 독자생존 가능성을 인정했으나 불과 6개월여만에 `경영권 이전가능'으로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적기시정조치 해제이후 부실여신 대폭 축소, 신용카드 분사추진 등을 통해 수익력을 제고시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는 조흥은행의 자체 발전전략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 점에 대해 직원들의 불만이 모아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의 이같은 태도변화에는 경제논리를 벗어난 정치적 의도가깔려 있다"며 "정당한 금융구조조정이라면 투명하게 변화된 상황설명과 일정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과정 공정성 시비 가능성 코헨 행장이 조흥은행 지분인수 참여의사를 밝히며 정부의 실사기관 선정에 간접적인 불만을 표한 데 대해 금융계는 향후 공정성 시비의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지난 29일 인수후보기관을 선정해 실사에 들어가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제일은행이 추가 검토를 요청한 것 자체가 매각과정에서의 공정성에 흠집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은행장의 `튀는 행동'에 금융계의 곱지않은 시선이 쏠리는 것은 물론이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조흥은행 매각 방침에 따라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기관 중 4개기관에 실사기회를 부여했다"면 "이미 실사기관을 선정해 실사가 진행중인만큼 (제일은행의 검토요청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조흥은행 지분 매각에 대한 공정관리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지만 서울은행 매각에서 제기됐던 공정성 시비가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불식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