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서 금리인하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통화 확대론이 강하다. 세계경제의 회복력은 약해지고,디플레조짐까지 겹치고 있어 금리인하와 통화 공급확대가 세계경제의 동시침체를 막는 유일한 처방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불가피해진 미 금리인하=미국은 국민들의 향후 씀씀이를 보여주는 소비자 신뢰지수가 추락하고 있다. 민간 경제조사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29일 10월 중 소비자신뢰지수가 전달의 93.7에서 9년 만의 최저인 79.4로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이 지수의 급락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감소,미 경제가 더블딥(짧은 회복후 재침체)에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이날 나스닥지수가 1.2% 하락하고,달러가치도 1백22엔대로 떨어졌다. 베어스턴스 모건스탠리 등 금융회사들은 소비자 신뢰지수의 폭락으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현재 1.75%)인하가 임박했다고 예상했다. 인하시기는 내달 6일,인하폭은 0.25% 포인트로 보고 있다. ◆금리 인하압력이 고조되는 유로존=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유로존의 경기하강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IMF는 유로존 경제보고서를 통해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달의 0.9%에서 0.75%로 하향 조정한 뒤 "물가안정보다는 경기진작이 ECB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독일의 산업생산이 감소하는 등 유로존의 경기둔화 기미가 역력하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유로존 인플레가 현재 2.1%로 억제목표치(2%)를 살짝 넘는 수준이어서 물가불안의 우려는 크지 않은 편"이라며 "경기회복을 위해 ECB는 연내에 금리를 현행 3.25%에서 3%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일본은 금융완화로 정책 선회=금리가 0.1%로 사실상 제로금리인 일본에서는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여지가 없다. 때문에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금리인하에 버금가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신규 국채발행 등 통화공급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상반기 중 회복세를 보였던 일본경제는 지난달 산업생산이 0.5% 줄고 수출도 2.3% 감소하는 등 다시 침체기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이 30일 월간 장기국채 매입규모를 1조엔에서 1조2천억엔으로 상향 조정하는 한편 당좌예금 잔액목표를 현행 10조~15조엔에서 15조~20조엔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도 이같은 현실인식의 반영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