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휴렛팩커드(HP)를 제치고 세계 PC시장 1위를 탈환한 델컴퓨터가 기세를 몰아 프린터 개인휴대단말기(PDA) 라우터 등 신규 정보기술(IT)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워크스테이션을 포함한 PC 사업부문이 델컴퓨터 총 매출의 65%를 차지하는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나선 것이다. 델컴퓨터의 이같은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는 IT 경기가 아직 회복세에 진입하지 않은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PC업체에서 IT업체로=마이클 델 회장은 28일 "미국에서 PDA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델 회장은 "PDA의 운영체제(OS)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포켓PC를 채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켓PC는 세계 PDA 시장의 28.8%를 장악한 최대업체인 팜컴퓨터의 OS와 경쟁관계다. 그는 시기를 못 박지 않았지만 AP통신은 내년에 출시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델컴퓨터는 지난 9월 미 프린터 제조사인 렉스마크와 델 브랜드로 프린터 및 카트리지를 공동 개발,생산키로 합의했다. 우선 렉스마크로부터 프린터를 받아 공급하고 내년 중 새 프린터를 공동개발키로 했다. 지난해 네트워크 장비인 스위치 시장에 뛰어든 델컴퓨터는 이 부문 아이템으로 라우터를 추가하기로 했다. 델컴퓨터와는 사업영역이 전혀 달랐던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스와 경쟁관계를 갖게 되는 것이다. 델컴퓨터는 "PC보다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은 아이템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일본에도 네트워크장비와 프린터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C 성공신화 재현될까=델컴퓨터의 사업확장 추진력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PC사업에서 나온다. 포천지는 최신호(28일자)에서 '누가 델을 대적할 수 있을까'란 제목의 커버 스토리를 통해 "델컴퓨터가 PC시장에서 경쟁사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3분기까지 1년동안 델의 PC판매는 23.3% 늘어난 반면,HP와 IBM의 판매는 4.9%,2.2% 각각 줄었다. 델은 세계시장 점유율을 현행 16.0%에서 40%까지 끌어 올린다는 게 중장기 목표다. 델이 PC 사업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데에는 대리점 대신 전화와 인터넷만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고객중심의 직판체제를 처음 운영,경쟁사에 비해 저가로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품 재고를 5일 이내로 묶어두는 재고관리 능력도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강한 체질을 만들었다. 델컴퓨터는 이같은 사업방식을 신규사업에도 적용,저가로 경쟁사 시장을 잠식해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IT 업계에 델 경계령이 내려진 것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