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기술(IT) 산업은 한국이 키우고 있는 '호랑이'나 다름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내업체들이 막대한 시장을 겨냥, 너나없이 중국업체와 협력에 나서고 있지만 언제 '부메랑'이 돼 날아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한국 위협하는 중국 IT산업 국내에서 대형 통신장비업체라면 삼성전자 LG전자 정도다. 하지만 중국엔 수천∼수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메이저급 전문업체들이 6∼7개나 된다. 화웨이 중신 다탕 쥐룽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미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가격 경쟁력도 우리보다 앞선다는 평가다. 중싱은 인도 CDMA 장비입찰에서 국내업체들을 제치는 등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화웨이도 한국내 법인과 연구소를 출범시킬 계획이어서 국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박항구 현대시스콤 사장은 "화웨이는 비동기방식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 엔지니어만 2천명을 갖고 있다"며 "국내업체들에 위협적인 대상"이라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또 중국이 3세대 이동통신 표준기술로 자체 개발한 TD-SCDMA를 채택할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독자표준으로 자국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다. 휴대폰 제조업체인 TCL과 커지엔의 성장속도도 놀랍다. 최근에는 GPRS(유럽방식 2.5세대 이동통신서비스) 모듈을 도입, 3세대 제품 시장을 겨냥한 자체 브랜드 개발에 나서고 있다. PDP(벽걸이) TV에서도 중국의 도전은 시작됐다. TCL은 품질면에서 크게 뒤지지 않는 PDP TV 가격을 지난 7월 5만위안(1위안=1백50원)에서 2만9천8백위안으로 대폭 인하했다. 중국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는 2008년에는 3천6백7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ADSL보다 앞선 VDSL 가입자는 내년에 3백만명을 돌파,세계 1위를 차지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 심각한 기술유출 문제 한국과 중국 양국간 IT 협력이 가속화되면서 기술유출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한달동안만해도 삼성전자 휴대폰 관련 기술유출, 씨엔아이 인테크텔레콤 등의 무선 PDA(개인휴대단말기) 기술유출, 그로웰텔레콤의 이동통신 모뎀기술 유출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모두 중국쪽으로 빠져 나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씨엔아이의 사례는 대(對)중국 비즈니스의 위험성과 기술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씨엔아이는 중국 천우스카이네트웍스에 5백억원에 달하는 무선 PDA 수출계약을 맺었었다. 그런데 천우는 씨엔아이 등의 직원 6∼7명을 몰래 빼내가 중국에 체류시키며 기술이전을 추진했다. 천우는 목적을 달성하고는 수출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한국정보통신수출진흥센터가 민간업체를 중심으로 'IT기술 해외유출방지협의회'를 꾸린다고는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 대책은 없나 이인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보통신산업연구실장은 "고급 IT인력 양성과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생명정보기술(BIT) 등 차세대 성장엔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실장은 또 "부품.소재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아시아 CDMA벨트 조성, 미국 종속적인 원천기술의 공동개발 등 윈-윈전략을 들 수 있다. 정보통신부가 중국과 공동으로 추진중인 '4세대 CDMA 이동통신 연구' '차세대 네트워크(NGN), 차세대 인터넷주소(IPv6) 연구' 등이 그것이다. 동아시아 IT 블록을 만들고 그안에서 기술적 주도권을 갖는 전략이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