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지역 은행들은 금융위기 후 지난 5년간 회생에 안간힘을 써오기는 했으나 여전히 대외 경쟁력이 떨어져 향후 비슷한 기간에 추가로 구조조정을 해야할 상황이라고 역내 금융 관계자들이 내다봤다. 지난주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금융관련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역내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은행 대형화와 외국은행들과의 전략적 제휴가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이 회동은 2년마다 열린다. 미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의 간부 젠스 로트너는 동남아 은행들이 97-98년의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임을 상기시키면서 한예로 역내의 선두 주자인 싱가포르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이 8.1%로 환난 전의 3.9%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지적했다. 싱가포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율은 지난 97년 12.2%에 달했다. 로트너는 말레이시아도 금융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왔음을 상기시키면서 한때 54개에 달했던 은행들이 10개 그룹으로 재편되면서 부실채권율이 11%까지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은 환난 전인 지난 95년 4.9%에 불과했다. 그는 태국도 금융 구조조정에 어려움이 많으며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역시 은행의 낮은 수익성과 높은 부실채권율로 허덕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및 베트남의 경우 상대적으로 사정이 더 나쁘다고 로트너는 덧붙였다. 로트너는 아세안내 금융기관들이 외환위기 후 숫자가 줄었으나 여전히 대형화추세가 미흡하다면서 이 때문에 대외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역내 은행간 공조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도 아세안 은행들이 역내에 진출한 미국과 유럽 기관들에 경쟁력이 뒤지는 상황이라면서 비즈니스 테크닉 제고와 비용 감소를 위해 "외국기관들과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세안 금융기관들이 국경을 뛰어넘는 합병과 제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콸라룸푸르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