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27일 도쿄(東京)에서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증권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개입을 시사한 데 대해 정 의원은 이 전 회장 주장의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며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정 의원의 대국민 사과와 의원직 사퇴 등을 요구하고 나서 이 전 회장의 발언에 따른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익치 전 회장은 "정몽준 의원이 지난 87년 현대중공업 회장이 되면서 형들도중공업에는 터치(관여)하지 않아 인사와 자금은 100% 정 의원이 결재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현대증권 계좌에 들어온 1천800억원도) 정 의원이 아니면 핸들링(처리)할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주가조작 사건으로 자신이 검찰에 소환된 날 아침 정주영(鄭周永) 당시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몽준이에게 별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통합21 정광철(鄭光哲) 공보특보는 논평을 내고 "그 사건은 이미 3년전 사법부의 판단이 끝난 사안으로, 정 의원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당시 현대중공업은 계열분리 이전으로, 현대그룹 전체 차원에서 의사결정이 됐기때문에 1천800억원 조달과정에 정 의원이 관련됐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정 특보는 또 "이익치 전 회장이 느닷없이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한 배경이 궁금하고, 말없는 고인을 팔아 정 의원 흠집내기에 나선 것이 스스로의 판단인지 묻고싶다"면서 "이 전 회장은 하루 빨리 귀국, 정정당당하게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윤오(洪潤五) 공보특보도 "3년전에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정주영 전 명예회장과 정 의원 등 현대 일가가 한 것이라고 2번씩이나 주장, 당시 정 의원측에서 제소를 검토한 것으로 안다"면서 "대선을 앞둔 시점에이런 말을 것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 의원은 국민앞에 설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밝혀졌다"며 "부도덕한 재벌이 권력까지 갖게 된다면 국가의 큰 불행이므로, 정 의원은 진상을 고백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이미경(李美卿) 선대위 공동대변인도 "의혹으로만 있던 정 의원 연루설이 만천하에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며 "정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고 검찰수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