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간에 3년간 끌어오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국내 업종별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국간 교역규모가 워낙 미미한데다 인구 1천500만명 남짓한 칠레의 시장 자체가 작은 만큼 영향의 크고 작음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즉시무관세가 적용되는 품목은 가격경쟁력 확보에 적지 않은 도움이 예상된다. 최대 수혜품목으로 자동차 및 핸드폰이 꼽히면서 관련 업계는 이미 현지 마케팅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칠레를 남미시장 진출의 교두보로활용하려는 국내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타이어업계 희색 만면 = 우리가 칠레에 수출하는 품목 가운데 1위제품인 자동차는 이번 FTA 타결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수입차가 대부분인 칠레 자동차시장은 지난해의경우 9만8천331대의 수입차가 판매됐으며 이중 한국산 차가 2만3천364대로 23.8%를차지, 우리에게는 제법 큰 시장이다. 칠레의 수입차에 대한 관세는 7%로 이번 FTA 타결로 한국산 차의 경우 관세가없어짐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강화돼 수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칠레시장에서 한국산 차는 중남미 현지투자를 통해 생산되는 미국이나 일본 업체들의 차와의 경쟁에서 선전해 온 만큼 FTA 타결로 판매에 더욱 힘을 얻을 전망이어서 현대.기아.대우차 등 국내 자동차업계는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태세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FTA 타결로 칠레시장에서 한국산 차의 경쟁력이 강화돼 수출증대가 예상된다"며 "칠레에서 한국산 차의 판매가 더욱 활성화될 경우 중남미 시장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타이어의 경우도 지난해를 기준으로 국산 제품의 칠레 수출액은 1천100만달러가량으로 칠레시장에서 4% 안팎을 점유하고 있어 이번 FTA 타결에 따른 점진적 관세인하로 가격쟁쟁력이 강화돼 수출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칠레시장에서 판매되는 일본이나 브라질 타이어와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돼 국산 타이어의 수출이 장기적으로 활성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자업계 최대수혜품목은 핸드폰= 전자업계는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휴대폰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칠레는 브라질과 함께 지난해부터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신흥시장으로 부각되고 있어 휴대폰이 무관세화되면 현재 연간 20만대를 수출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2년뒤 50만대까지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5만대를 공급중인 LG전자도 이번 협정타결로 칠레 휴대폰 시장이 커질 것으로보고 마케팅 강화방안 등을 마련중이다. 또한 TV, 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경우 상당수를 멕시코, 브라질 등 북남미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무관세 혹은 저관세로 칠레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자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세탁기와 냉장고는 양허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연간 수출물량이 3천500만달러 정도로 크지 않고 저가제품이 많아서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계는 세탁기와 냉장고가 예외품목으로 지정은 됐지만 물량 자체가 많지 않은데다 관세를 적용받고도 판매가 비교적 잘되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섬유.석유화학업계 장기적으로 긍정적 = 섬유업계는 칠레와의 교역이 남미국가 중에서도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이번 FTA체결이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보지 않고 있다. 의류산업협회관계자는 "영향이 크지는 않겠지만 칠레와의 섬유 교역은 대부분이수출이고 수입은 거의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수출이 증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합성수지를 포함한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칠레시장에서 한국산제품이 차지하는비중이 미국산 또는 브라질산에 비해 다소 낮지만 이번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다면시장확대의 계기가 될 것으로 석유화학업계는 기대했다. ◆철강업계 큰 영향 없을 듯= 철강업계는 2001년 기준으로 철강재의 대칠레 수출액이 3천만달러 수준인데다 수출품목 역시 스테인리스스틸 봉강과 약간의 냉연강판으로 업계의 주력품목이 아니어서 이번 협정이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 측면에서도 칠레에서 들여올 수 있는게 철광석 정도인데 포스코 의견은 칠레산 철광석은 극히 소량만 들어오고 주로 호주, 브라질, 중국산 철광석을 쓰기 때문에 영향력을 분석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칠레의 주요 수출품목 가운데 하나인 구리에 대한 국내 수입 관세가 단계적으로 폐지될 예정이어서 전기동을 생산하는 LG-니꼬동제련에 다소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LG-니꼬동제련 기획팀 관계자는 "무관세로 들어오는 칠레산 전기동과 경쟁하려면 내수가격 하락압박에 봉착하겠지만 현재 관세수준이 4.5% 정도로 크게 낮아져 있어 아주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칠레산 전기동은 연간 3억-4억달러 가량 수입돼 수입 칠레제품가운데 절대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때문에 정부는 당초 10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려 했지만 협상과정에서 7년으로 양보했다"고 밝혔다. 반면 칠레에서 연간 6만t, 약 1천억원 어치의 전기동을 들여오는 풍산의 경우관세가 철폐된다면 그만큼 원가절감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 =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