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대해 자동차 가전제품 등 국내 관련업계는 전반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휴대폰 등 정보통신 분야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FTA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자동차 업계 =한국의 대 칠레 수출액중 26%를 차지하는 자동차업계는 당초 점진적인 관세 철폐를 예상했으나 즉시 무세화 품목으로 지정돼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칠레는 아르헨티나 브라질과의 자동차 무관세 협정이 올해 발효되고 내년에 추가로 유럽연합(EU)과의 FTA 협정이 발효될 예정이어서 즉각 관세가 철폐되지 않으면 국산 자동차는 사면초가에 몰릴 처지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FTA에 따른 직접적인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동화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상무는 "단기적으로 수출은 조금 늘어나겠지만 미국 EU 등 자동차 선진국과도 칠레가 무관세 협정을 발효시킬 것이므로 장기적으로는 현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하는데 머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 가전 업계 =수출증대 효과는 있겠지만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업계는 칠레의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6∼7%에 불과한 만큼 무관세에 따른 수요발생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냉장고 세탁기 등 일부 가전제품이 제외된 것도 한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이 지역 매출이 1억달러로 지난해(8천만달러)보다 25%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FTA 효과'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칠레에서 매출 증가세가 뚜렷하지만 이는 차별화된 품질경쟁력에 의한 것이므로 단기적인 FTA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현재 칠레에서 판매되는 가전제품 가운데 상당 물량은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멕시코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어서 매출 증대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 휴대폰 업계 =휴대폰 업체들은 칠레에 대한 수출물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진 칠레시장에서 관세혜택을 누리는 북미지역 업체들과 주로 경쟁해 가격면에서 불리했지만 협정이 발효되면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칠레는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정보기술(IT) 분야는 매년 3∼4%씩 성장,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 특히 칠레 정부차원에서 무선통신 분야의 신기술 도입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할 예정인데다 스마트콤과 벨사우스 등 현지 무선통신업체들이 CDMA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어서 한국산 휴대폰 수요가 꾸준히 늘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칠레지역에 약 20만대의 수출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협상 타결로 내년에는 50%이상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현재 칠레시장에서 CDMA 휴대폰 분야 1위를 고수하고 있는데다 가격 경쟁력이 더욱 강화돼 시장 입지가 한층 굳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