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비롯한 내구소비재 가격과 항공운임, 호텔숙박료, 장거리 전화통화료 등 서비스 요금이 잇따라 하락하면서 디플레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물가하락기조는 아직 일본 만큼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각종 공산품 가격과 서비스 요금 인하는 기업의 수익을 악화시켜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한 고용사정악화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뉴욕 시내 가전양판점에서는 요즘 할인판매가 일상화되고 있다. `서킷 시티'는 DVD플레이어를 59.99달러에 팔고 있으며 `콘프USA'는 정가 130달러짜리 정보단말기를 14.92달러에 할인판매하는 등 가격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8월 미국 소비자물가통계에 따르면 PC는 작년 동기대비 21%, 디비오데크는 11% 각각 가격이 내려 두자릿수의 가격하락률을 기록했다. 가구, 의료품, 자동차 등도 모두 가격이 내렸다. 공산품에 비해 값을 내리기 어려운 장거리전화통화료(-4.3%), 항공운임(-3.8%), 호텔숙박료(-2.0%) 등 서비스 분야의 요금도 내리기 시작했다. 물가가 이처럼 내리는 것은 90년대 거품기에 생산시설을 확충한 미국기업들이 거품 붕괴후 경기후퇴에 따른 수요부진으로 공급과잉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기업은 고객쟁탈을 위해 제품값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처럼 철저한 비용삭감을 통해 항공요금을 큰 폭으로 인하, 고객유치에 성공한 기업도 있지만 첨단기술과 통신업계에서는 매출액이 감소하는 가운데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공장을 폐쇄하거나 대규모 인력감원, 급여삭감 등을 추진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디플레의 조짐이 확대되자 그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미국내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전미이코노미스트협회의 하베이 로젠프람 회장은 "디플레에 빠질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가 감시역'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내부에서도 "아직 디플레 상태는 아니지만 디플레를 막을 수 있는 정도의 경제성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맥티어 댈러스FRB 총재), "앞으로 디플레의 위험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브로더스 리치먼드FRB총재)는 발언이 잇따르는 등 디플레에 대한 경계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