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작년만 해도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렸던 신용카드사들이 최근 잇따라 적자로 돌아서거나 흑자를 내더라도 그 폭이 급감하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전문계 카드사(9개사)의 절반 이상이 월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LG 삼성 국민 등 이른바 카드업계의 '빅3'만이 소폭의 흑자를 내고 있을 뿐이다.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가계대출의 급격한 부실화로 카드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게 신용카드학회 이명식 부회장(상명대 교수.경영학)의 지적이다. ◆ 적자 카드사 늘었다 외환카드는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월 당기순이익 37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8월 들어 연체율 증가와 대손충당금 추가적립 등의 영향으로 82억원의 적자를 냈다. 외환카드의 적자폭은 9월 들어 1백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신한카드도 9월 들어 적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월별 당기순이익은 6월 39억원, 7월 7억원, 8월 4억원으로 줄어들다 9월에는 10억원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빅3' 카드사중 하나인 국민카드의 당기순익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 회사는 7월 2백93억원, 8월 1백42억원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9월의 흑자규모는 10억원 내외로 8월의 10%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시장점유율이 1∼2%에 불과한 소형 카드사들의 적자폭도 올들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6월말 현재 2백32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한 현대카드의 연말 적자규모는 5백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회사는 올해초만 하더라도 '20억원의 흑자를 내겠다'는 경영목표를 세웠었다. 동양카드 역시 지난 6월말 1백91억원의 누적 적자를 낸데 이어 8월말 현재 2백20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중이다. 시중 은행들의 카드사업부 운영에 따른 손실은 더욱 심각하다. 조흥은행 카드사업부는 적자를 기록중이며 기업은행 카드사업부는 8월, 9월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적자 이유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통했던 카드산업이 '적자산업'으로 몰락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규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신용카드의 과다한 사용에 따른 부작용을 줄인다며 잇따라 강력한 규제조치들을 내놨다. 대표적인 예는 내년 말까지 대출서비스(현금서비스+카드론)와 신용판매(일시불+할부)의 비중을 50 대 50으로 맞추도록 한 것. 지난 6월말 현재 신용카드 대출서비스 비중은 64% 정도다. 카드사들은 '돈되는' 대출서비스 비중을 줄이기보다는 신용판매액을 늘리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신용판매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학교 학자금 및 지방세 카드납부시에 가맹점 수수료를 받지 않는 '무수수료 정책'이 대표적 사례다. 이밖에 대형백화점과 제휴를 맺고 카드사용액의 10%를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출혈'도 마다 않고 있다. 급격한 연체율 증가도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지난 7월말 현재 LG 삼성 등 9개 전업카드사의 연체율(매각채권 포함 기준)은 6.79%를 기록, 한달만에 0.5%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말에 비해선 무려 2.43%포인트나 상승했다. 은행 겸영 카드사의 연체율도 작년말 7.4%에서 3월말 8.9%, 8월말 11.08%로 크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들어 카드사의 대손충당금 설정기준이 지난해보다 크게 강화되면서 카드사들은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대손충당금을 쌓는데 쓰고 있다. 이 밖에 카드사들은 올 하반기부터 정부의 지침에 따라 현금서비스 이자율을 연 19%대로 2%포인트 정도 인하하면서 금리마진도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됐다. "향후 시중금리가 오를 경우 현금서비스 영업에서의 이익은 더욱 줄어들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 카드업 전망 및 문제점 메리츠증권은 최근 가계신용 불안문제가 올 4.4분기에서 내년 1.4분기중 고비를 맞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메리츠증권은 부실자산 처리를 위한 금융권의 자금회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내년 1분기까지는 신용카드 연체율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이처럼 카드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올해말 결산시 누적적자를 기록하는 카드사가 상당수 나타날 전망이다. 한편 카드업의 수익성 악화와 관련, 카드학회의 이명식 부회장은 "신용카드업은 서민들의 금융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소비자금융업"이라며 "소비자금융의 보존차원에서 카드사에 대한 정부의 직접규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