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직접적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던 말레이시아와 대만, 싱가포르등이 최근 한국의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 성과를 되돌아보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말레이시아 국가경제행동위원회의 무타포 사무총장은 지난주 "한국의 개혁정책은 모두 옳다. 말레이시아는 한국을 전적으로 배워야한다"고 발언, 위기 발생 이후10여년만에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대만의 유력 일간지 중국시보는 14일 '일본보다 한국을 봐야 한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대만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이 거둔 경제개혁을 새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무타포 총장의 발언 가운데 "한국이 어떻게 전세계 시장에 깊숙이 침투했고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내며 경제 체질을 신속하게 바꾸어 금융위기도 극복했는지에 대해 배우고 싶다"는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 한국 정부가 취한 전면 개방 정책과는 달리 `서구 자본주의의 음모'를 주장하며 이른바 '유교적 자본주의'와 `아시아적가치'를 주장하던 종전 모습과는 크게 대비되는 것이다 마하티르 총리 자신도 지난 10일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한국경제 관련 포럼에서"한국은 외국기술을 끌어 들여 기아와 삼성 등 세계적으로 지명도 높은 상품을 성공적으로 개발해왔다"고 찬탄한 바 있다. 그는 또 이 모임에서 "일본이 보유한 최첨단 제품들은 생산라인들이 도태될 경우 한국이나 대만, 동남아 등지로 이전될 것이며 일부에서는 이런 시나리오들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와 대만은 물론 태국과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언론들은 한국이 월드컵 4강을 달성한 후 세계 무대 진출이 더욱 두드러졌다는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위기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문제점과 성과에 대해 국내외 학계에서는 의론이 분분하지만 아시아 언론들의 보도에 비쳐진 역내 국가들의 달라신 시간은 눈여겨 볼만 하다. 여우시쿤(游錫坤) 대만 행정원장은 지난주 "일본의 금융개혁은 실패했지만 한국은 IMF가 강력히 개입한데다 당시 상황이 워낙 심각해 개혁외엔 다른 방도가 없어의회도 개혁작업을 막지 못했다"는 점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리융싼(李庸三) 재정부장도 입법원(의회) 발언을 통해 "작금 대만의 금융개혁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지만 다른 방도가 없다"면서 한국이 올해 세계경제의 침체속에서도 6%대의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이 부럽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만 중국시보는 대만이 당면한 금융 위기 국면과 흡사한 일본의 경우 지난 10년간 개혁을 위한 재정정책을 추진해왔으나 이자율만 제로에 가까워졌을 뿐 침체가 계속되고 세수도 감소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정부 지출만 확대돼 재정수지 적자가경악할 정도로 급증, 금융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일간지 연합보는 대만경제연구원 보고서를 인용, 금융시장 상황의 급변으로 대만인이 겪고 있는 `금융 고통지수'가 44.7%에 달해 미국과 일본, 한국의 수준을 크게 뛰어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금융 고통지수는 주가 하락폭에 환율 절하폭을 더한 것이다. 연합보는 '교차로를 배회중인 대만경제'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올해 대만달러의 환율이 지난 15년만에 최저폭으로 떨어진데다 주가지수도 4천선이 붕괴되는 바람에지난 주 현재 금융고통지수는 35.1%로 한단계 올라섰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기자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