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스캔들이 터진지 1년이 지난 요즘 휴스턴의 엔론 본사는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이 계속되면서 썰렁한 모습이 완연하다. 50층짜리 본사 건물의 로비에 있는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는 여전히 영업하고 있으나 예전처럼 점심시간에 손님이 줄을 잇는 일이 없다. 한때 7천500명에 이르던 본사 근무자 가운데 2천명이 퇴직했기 때문이다. 현재 남아있는 1만4천명 직원의 대부분은 파이프라인 관리나 발전회사에 근무한다. 한때 15명에 달하던 중역들의 방도 대부분 비었다. 구조조정에 관계하는 4명만 남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전문가로 임시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스테픈 쿠퍼도 제프리 스킹 전CEO가 쓰던 방을 사용하고 있다. 케네스 레이 전회장이 쓰던 전망좋은 코너 사무실도 주인을 잃은지 오래다. 엔론이 지난해 10월 16일 회계부정이 폭로되고 그 여파로 그해 12월 파산한 충격은 여간 큰 것이 아니었다. 이를 계기로 아델피아 커뮤니케이션, 글로벌 크로싱 및 월드컴 등에서도 연이어 회계 스캔들이 터졌다. 그리고 엔론처럼 파산하는 경우가 꼬리를 물었다. 엔론의 몸집 줄이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첫 자산 경매를 실시한데 이어 이달에도 포틀랜드 제너럴 일렉트릭 설비와 3개 파이프라인 지분을 포함해 모두 12개 부문의 핵심 자산을 매각할 방침이다. 지난주에는 휴스턴 소유 타워를 건설비의 채 절반에도 못미치는 2억4천만달러에 처분했다. 엔론사 대변인은 "회사가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침울해했다. 2년 전만해도 경제전문지 포천에 의해 500대 기업의 7위에 랭크돼던 회사였기 때문이다. 엔론의 자산만 줄어든게 아니다. 이미지 실추도 심각하다. 최소한 미국의 14개 기관이 회계부정 등과 관련해 엔론을 조사했거나 실시중이며 미 의회 11개 위원회도청문회를 열었다. 주주들의 소송이 줄을 이었음도 물론이다. 엔론의 회계감사를 대행했던 아서 앤더슨도 엔론과 함께 몰락했다. 앤더슨사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6일로 예정돼있다. 앤더슨에서 엔론 회계를 책임졌던 데이비드 던컨도 오는 25일 회계서류파기 혐의에 대한 선고를 받는다. 엔론의 재무책임자를 지낸 앤드루 파스토를 비롯한 인사들도 현재 보석 상태에서 법원의 단죄를 기다리고 있다. 엔론 기소에 참여했다가 지금은 공직을 그만두고 뉴저지 소재 법률사무소에 근무하는 로버트 민츠는 "엔론에 대한 판결이 늦어지고 있는데 대한 불만들이 크다"면서 월드컴과 아델피아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단죄가 이뤄졌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엔론사 웹사이트 게시판에는 직원들의 분발을 격려하는 글이 가끔 올라온다. 한 네티즌은 "유수의 대기업들이 지난 100년간 일궈논 성과를 엔론의 경우 불과 15년만에 이뤘던 것이 현실"이라면서 "좌절을 딛고 재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격려했다. (휴스턴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