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연구개발(R&D) 허브(Hub) 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우수한 연구인력과 시설이 있고 연구환경이 뛰어난 곳으로 세계의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따라서 연구개발 거점을 확보한 나라들은 이제 새로운 부를 창출하면서 21세기 강국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갖고 있는 미국은 그 대표적 사례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작지만 강한 나라 '강소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에는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시스타가 있으며 핀란드에도 울루라는 연구개발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전쟁 시대, 한국이 처한 상황은 다소 절박하다. 세계3대 교역권으로 떠오른 동북아에서의 위치부터가 우선 모호하다. 일본을 따라잡기는 커녕 중국에도 밀린다는 지적조차 나오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중국과 맞붙어선 승산이 없다. 그렇다고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그대로 따라갈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해법중 하나가 바로 미래 신산업을 주도할 국제적인 연구개발 중심이자 신기술의 실험센터인 'R&D 허브'로 한국을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최근들어 한국에서도 몇가지 좋은 조짐들이 엿보인다. 다국적 기업인 페어차일드와 머크가 정보기술(IT)분야 우수 인력과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아시아 R&D 센터를 설립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들 회사는 두뇌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중국이나 고비용의 일본 대신 한국을 택한 것이다. 이들 외에도 여러 기업들이 한국을 연구개발 본거지로 활용하기 위해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몇몇 사례에도 불구, 전체적으로 보면 동북아 'R&D 허브'를 지향하는 한국의 사정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 한국의 산.학.연 연구집적단지라고 할 수 있는 대덕연구단지에는 외국기업 연구소가 단 한곳도 없다. 국제공동연구개발사업을 포함한 국가연구개발사업에 한국에 진출한 외국인투자기업이 참여한 사례도 없다. 최근엔 이공계 기피 현상까지 겹치면서 오히려 제3세계로부터 두뇌를 영입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기술정보의 유통, 기술의 사업화, 지식재산권의 보호, 표준품질 시험 인증, 디자인 등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속히 탈피하지 않으면 한국은 글로벌 경쟁에서도 살아남기 어려울 뿐 아니라 멀지않아 열리게 될 동북아 자유무역시대에 대비하기에도 벅찰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 우리에게 당장 주어진 과제는 앞으로 5∼10년안에 글로벌 수준의 연구개발 시스템과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신산업의 창출이든 기존 산업의 지식집약화든 키워드는 바로 연구개발 수준의 국제화다. 연구개발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해야 제조업도 서비스업도 변신할 수 있다. R&D 허브는 이제 한국의 생존조건이 된 것이다. 이제 한국경제신문은 스트롱 코리아 프로젝트 제2부에서 한국이 동북아 R&D 허브로 변신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자 한다. 이를 통해 21세기 아젠다로 내건 과학기술강국을 실현해 나갈 것이다. 김경식 특별취재팀장 strong-kor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