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찾을 수 있는 탈출구는 무엇일까. 그 해답 가운데 하나가 바로 R&D 허브다. 고급 두뇌와 혁신 인프라에서는 중국에 앞설 수 있다. 비용과 시장역동성 측면에서는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 우리가 세계적인 기업의 R&D센터를 유치, 글로벌 체제를 가속화한다면 제조업 위기상황을 정면 돌파할 수도 있다. 한국이 동북아의 주역으로 살아 남을 수 있는 해법을 R&D 허브에서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만 이익인게 아니다. 외국기업들도 한국의 고급두뇌를 활용해 품질이 뛰어난 상품을 생산,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한국을 세계최대 시장인 중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윈-윈(Win-Win)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 R&D 허브는 생존 조건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중국과의 전면적 경제전쟁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한국의 주력분야에 대한 중국의 추격이 이젠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비교우위가 가능한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비교우위가 가능한 분야는 무엇일까. 서울대 이근 교수(경제학과)는 "한.중.일간 무역구조에서 산업내 무역이 확대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제는 산업A는 중국이 비교우위가 있고, 산업B는 한국이 비교우위가 있다는 식의 전통적 관점보다 어떤 산업이건 해당 산업내 가치사슬의 어느 부분에서 우위를 점할 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별 부가가치 원천을 연구개발 생산, 그리고 물류ㆍ마케팅별로 나눠 선진국 대비 경쟁력을 따지면 한국은 아직도 생산부문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연구개발과 물류ㆍ마케팅쪽의 경쟁력은 아직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중국과의 경쟁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중국은 이미 세계적인 생산공장의 블랙홀(Black hole)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물류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정학적으로나 또는 전략적으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국내총생산(GDP) 창출에 한계가 있다. 물류거점인 네덜란드와 싱가포르 조차도 물류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기존 산업을 지식집약화하는데 필요한 키워드는 바로 연구개발이다. ◆ 개방과 기술인프라가 관건이다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일본의 경기침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가지가 있다. 여기에는 일본이 산업공동화에 대처하는데 실패했다는 주장도 포함된다. 일본 정부도 산업공동화의 속도를 조절하려 했던것은 틀림없다. 문제는 속도조절 그 자체가 원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은 산업공동화 문제를 풀 수 있는 새로운 원동력을 찾아냈어야 했다. 지금 R&D 허브로 부상하는 지역들을 보면 외국인 투자의 중요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첨단기술기업 대학연구소 등 연구집약형 외국인 투자의 유입은 특히 중요하다. 일본의 실패는 새로운 원동력과 관련해 개방성을 토대로 보다 과감한 연구집약형 외국인 투자 유치에 눈을 돌리지 못한데 그 원인이 있다는 분석은 그런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외국의 첨단기술기업 대학 연구소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생산중심형 외국기업들을 끌어들여선 승산이 없다. 한국도 이제 불가피한 고비용구조를 감수해야 한다. 더욱이 생산비나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중국과 더 이상 경쟁할 수가 없다. 일부에서는 금융이나 다국적 기업의 지역본부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세제지원이나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언제든 떠난다. 충성도가 낮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연구개발형 외국인 투자는 충성도가 높다. 혁신과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보다 큰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한다. 연구인력이나 인프라 등을 감안해 이뤄진 외국인 투자는 쉽게 이탈하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개방과 글로벌 스탠더드의 연구환경이 투자유치를 위한 관건이다. 안현실 <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 [ 협찬 : 삼성.포스코.한국산업기술평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