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 시내에 자리잡은 신시왕(新希望)그룹. 중국 최대 사영기업이자 최대 재력가인 류용하오(51)가 경영하는 기업이다. 중국의 대표적 민영은행인 민성(民生)은행을 거느리고 있다. '청두의 자랑'이기도 하다. 이 같은 화려한 수식어를 떠올리며 도착한 청두 시내 신시왕그룹 본부. 그러나 이내 실망하고 만다. 보잘 것 없는 2층짜리 건물에 초라한 사무실, 에어컨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2층에 자리한 총재실에는 책상 하나와 응접실이 전부다. 한 해 매출액 1백13억위안(1위안=약 1백50원), 영업이익이 40억위안에 달하는 대 그룹 본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다. '생각보다 초라하다'는 지적에 그룹 내 수출입전문 업체인 신시왕무역공사 장유린(張佑林) 대외무역 주임은 "창업자 류 총재의 뜻"이라고 말한다. 류 총재는 지난해 포브스지가 선정한 중국 최고 재력가. 그는 중국이 개혁 개방의 첫 걸음을 내디뎠던 지난 82년 교사직을 떠나 다른 3형제와 힘을 합쳐 창업을 하게 된다. 메추리 사육이 첫 사업이었다. 9년 후 그는 사료 분야로 업종을 확대, 기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 95년 형제기업에서 분가, 신시왕을 세워 산하에 76개 기업을 거느린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양쯔강의 끝자락 내륙에 박혀 있는 신시왕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그룹 전략발전위 장궈쿤 비서장은 "시장 논리를 일찍 터득한 사영기업의 속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메추리를 길러 직접 시장에 나가 팔면서 시장의 원리를 깨달았고, 이후 사료 부동산 화공 금융 등의 분야에서도 '남보다 반보(半步) 앞선다'는 전략으로 시장을 주도했다는 설명이다. 류 총재가 거느리고 있는 신시왕의 다음 목표는 서부대개발이다. 이 회사는 서부 내륙지역의 부동산 화공 등 부실 국유기업을 인수,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민성은행의 자금 동원능력과 청두 시정부의 지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