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D램 반도체업계에 투자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업계 선두인 삼성전자[05930]는 하위그룹과의 격차를 확실히 벌리기 위해 내년에도 올해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반면 올들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대다수D램 메이커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투자계획을 축소조정하고 있다. 1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메모리부문 투자규모를 올해(3조1천억원)와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한 수준에서 책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 300㎜ 웨이퍼 양산라인(화성 12.13라인) 가동에 필요한 투자규모가 2조5천억원 이상이 소요되는데다 나노.기가급 메모리 기술개발과 생산에 대한 투자에도 상당한 선행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3.4분기 300㎜ 양산라인 구축을 위한 골조공사에 1천335억원을투자한데 이어 최근에는 865억원을 들여 반도체 검사장비인 EDS 증설 투자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또 올들어 반도체 생산직을 3천명(LCD 부문 1천명)을 증원한데 이어내년초까지 추가로 1천명을 채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 2위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내년 회계년도(9월부터 내년 8월까지) 설비투자 규모를 당초 10억∼15억 달러로 잡았다가 경기상황이 불투명해지면서 8억∼12억 달러로 하향조정했다. 마이크론이 이처럼 설비투자 계획을 축소한 것은 무려 7분기 연속적자로 투자여력이 크게 부족해진데 따른 것으로 앞으로 300㎜ 웨이퍼 양산과 0.13㎛(미크론) 이하의 공정부문에서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한때 유동성 위기설까지 나돌았던 독일 인피니온은 당분간 현금유동성을 최우선시하는 경영전략을 채택하고 조만간 20억 유로 이상의 비용감축에 나서겠다고 최근발표했다. 인피니온이 최근 대만 모젤비텔릭과 프로모스와의 합작사업을 포기한 것은 그간300㎜ 웨이퍼를 중심으로 진행돼온 공격투자 전략이 보수적으로 하향조정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00660]는 내년 투자를 올해(4천500억원)보다 늘어난 1조원 이상으로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조조정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누적적자 위기에 내몰렸던 일본 엘피다메모리는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미쓰비시D램사업을 인수하고 대만 파워칩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사업규모를 확대하고 있으나 D램 경기하강 가능성으로 대규모 설비투자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처럼 투자가 양극화 현상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나머지 D램 업체들간의 경쟁력 격차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D램업체중 유일한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확보한 원가경쟁력과 기술력을 토대로 내년에도 엄청난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마이크론 등 후발업체들은 급격한 경기회복이 없는 한 `투자축소→생산.매출감소→수익감소 →투자축소'의 악순환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각 업체가 서로 차별화된 투자전략을 보임에 따라 그동안 거의 모든 업체가 동시에 투자를 확대하거나 감산(생산축소)함으로써 발생했던반도체경기사이클이 사실상 붕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