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전화회사인 `도이체 텔레콤'의 대규모 감원발표와 이에 대한 노조의 반발은 그러잖아도 기진맥진한 유럽 경제에 또 하나의 우환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 차원의 대규모 감량경영이 유럽 통신업계 전체의 화두로 떠오르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이 많다. `도이체 텔레콤'이 지난 8일 전체인력의 20%인 5만명 가량을 2005년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하자 독일의 최대 서비스노조 `베르.디'는 9일 감원저지투쟁을 선언했다. `도이체 텔레콤'은 앞서 주력분야인 고정망사업에서 3만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었는데 이번에 통신엔지니어링 및 휴대폰 사업부문에서 4천500명, 해외인력중 1만1천명과 본에 있는 본사 인력 상당수를 추가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해외인력 감원조치는 중부유럽과 동유럽 자회사 근로자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노조측은 오는 30일 열리는 경영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때 "강력히 저항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사측이 우선 고용안정에 주력해주길 바란다"면서 "일자리 박탈이 사측의 목표가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지난 1985년 `주식합명회사'로 바뀌었지만 많은 `도이체 텔레콤' 근로자들이 아직 공무원의 지위를 갖고 있어 사측으로서는 이들을 막무가내로 해고할 수 없는 처지다. 따라서 사측은 곧바로 해고조치에 들어가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첫단계로 이직 및 퇴사에 따른 자연감소인원을 충원하지 않음으로써 5천개 안팎의 일자리를 없앨 계획이다. 다음 단계에는 정리대상 근로자들을 사내 취업알선센터로 보내 다른 회사에의 재취업을 주선하게 된다. 그런 연후에 타회사 이동을 거듭거부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노조와의 합의를 근거로 해고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조의 감원저지투쟁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인 경영관리위원회가 노사 동수로 구성돼 있어 노측 발언권이 막강하다고는 해도 결정적인순간에 회사의 회장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다른 유럽 전화회사들도 `도이체 텔레콤'과 마찬가지로 감원이라는 처방을 통해경영난을 타개하려 애쓰고 있다. 막대한 채무와 주가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랑스 텔레콤'은 지난주 구조조정전문가를 새 최고경영자(CEO)에 임명했고 `브리티시 텔레콤'은 향후 3년간 매년 5천∼6천명씩 감원키로 했다. 이는 결국 유럽 역내의 실업률 상승을 초래, 세계경제둔화의 영향권에서 탈출하려는 유럽국들의 노력을 저해할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독일의 실업률은 현재 10%에 육박하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이코노미스트 미카엘 슈베르트는 "불확실성때문에 모두가 움츠러들고 있으며 대규모 감원발표가 이러한 분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메르츠방크는 최근 유로권 12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에서 1.5%로내렸다.(베를린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