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시장경제 체제로 이행하고 있는가. 한국경제신문사가 9일 기업과 정부 연구소의 북한 전문가 2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대답은 한마디로 '그렇다'였다. 1백73명의 답변자 가운데 69.4%가 '북한은 향후 시장경제 체제로 나아갈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같은 결과는 일부 계층만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 일련의 경제구조개선 조치와 신의주 특구지정이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고 시장경제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북한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게 응답자들의 중론이었다. 시장경제 이행 불가피할 것 '북한이 시장경제로 나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은 1백20명으로 '그렇지 않다'는 사람(50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사람은 3명이었다.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들은 '북한의 체제개혁은 생존을 위한 고육책'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을 받은 북한이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한 것' '사회주의 비효율성의 한계에 직면'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반면 '그렇지 않다'는 사람들은 '위기 회피를 위한 일시적인 방편' '지도층이 완전개방을 꺼릴 것' '완전 시장경제체제는 체제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환 전경련 동북아경제센터 소장은 "개혁과 개방은 한번 시작하면 돌이키는 것이 어렵다"며 "신의주 특구지정 등 북한이 보여준 변화를 '루비콘 강을 건넌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북한의 급작스러운 변화가 국민의 인식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북한이 변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시장경제로 이행한다고 볼 수 있는 증거는 아직 없다"며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북한 관련 정보를 우리의 기준으로 판단하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동향 등에 높은 관심 북한 개방과 관련해 응답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사안은 '외국인투자자 동향'(29.9%)이었다. 외국인들이 북한의 변화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개성 및 남포 특구지정 여부'(24.7%) '외국인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17.2%) '국내기업 투자동향'(10.9%) 등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북한의 체제개혁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의주 등 특구지역의 실현, 남북경협의 성사 가능성 등에 높은 점수를 줬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북한이 과거에 발표한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 개발계획이 실패한 것은 내용이 빈약했기 때문이었으며 개방 약속을 북한 정부가 어긴 것은 아니었다"며 "북한이 신의주 특구지정이라는 약속을 깰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협정 등 제도보완 시급 기업들이 북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투자 및 송금 보장협정과 이중과세 방지협정 체결'(38.3%)이 시급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사회간접자본 확충'(28.9%) '북.미관계 개선'(27.8%) 등이었다. 대북 투자의 가장 큰 매력으로는 '값싼 인건비'(71.6%)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언어소통이 가능함'(16.5%)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들은 북한 투자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으로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시설 부족'(69.7%)을 꼽았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