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의 전성시대는 끝났나' 현대상사[11760]는 지난달 계열사 위주의 수출영업에서 벗어나 2년내에 브랜드로열티, 패션브랜드 수입, 홈쇼핑 등 내수사업을 중심으로 독자영역을 구축하겠다며 5대 신규사업을 확정했다. 기업의 신사업발굴은 수익극대화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지만 현대상사가 수출의 대명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기업이었음을 감안하면 수출이 아니라 내수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시도는 무역업계 전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출이 더이상 큰 돈벌이가 안된다는 생각은 종합상사 사이에 부인하기는 싫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돼버렸다. 종합상사의 어려움은 현대상사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도 비슷해 대우인터내셔널[47050]은 그룹 해체와 함께 워크아웃에 돌입, 힘겨운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삼성물산[00830]도 무역부문에서 짭짤한 재미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SK글로벌[01740]의 경우 좀더 나아가 종합상사라는 이미지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무역이 정보통신, 패션, 에너지판매 등 여러 사업부문 중 하나인데다 매출액도 40%에 불과하고 지난 2000년 사명을 SK상사에서 SK글로벌로 바꾸면서 종합마케팅 회사를 지향한다는 비전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종합상사의 변신 노력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 하에 있던 수출 지상주의 정책이 퇴색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정부보다는 기업 차원의 수출활동이 요청되고, 종합상사보다는 자체 네트워크를 통한 개별기업 단위의 노력이 중요시되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한때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한을 자랑했던 산업자원부가 기업의 서비스 조직으로 위상이 추락했다는푸념섞인 말을 듣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동력일 뿐만 아니라 여전히 유효한 정책목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종합상사들의 제살길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고군분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좀더 애정어린 시선과 관심도 필요해 보인다. '상사맨'들은 수출을 저버리는 것이 종합상사의 바람직한 방향이며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단순히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일 뿐이냐고 반문하고 싶어할 듯하다. 얼마전 수입업자들의 모임인 한국무역대리점협회가 한국수입업협회로 명칭의 정체성을 과감히(?) 드러내고 요지에 34층짜리 사무실을 건립키로 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인 것처럼 수출 종사자에게서도 그러한 의욕을 보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