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간 대형 합병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세계적 경영컨설턴트인 톰 피터스(Tom Peters) 박사는 신한금융그룹(회장 라응찬)이 지난 5일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연 임직원 워크숍에 참석해 강연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초우량기업의 조건''혁신경영' 등 경영관련 저서로 유명한 피터스 박사는 또 "앞으로 제조업 최강국은 중국,서비스업 최강국은 인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한국도 금융 등 서비스산업의 발전에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피터스 박사의 기자회견 내용. -최근 한국 금융산업의 화두는 합병을 통한 대형화다. 특히 은행들은 규모를 키우는 게 생존의 조건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미국 일본 한국 어디에서건 은행들의 대형 합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대형 합병은 '깡패들의 마지막 안식처'란 말이 있다. 그건 정말 아이디어가 없을 때 하는 것이다. 씨티그룹처럼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성공하지 못했다. 물론 규모가 중요한 면도 있지만 규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금방 사라진다. 또 대규모 합병 은행은 국가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규모가 아니라면 무엇이 중요한가. "새로운 젊은 인재들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여성이 사장인 기업이 9백만개에 달한다. 이들의 경제적 가치는 독일 경제 전체보다 크다.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게 조직의 규모보다 더 중요하다. 물론 합병전략을 택하더라도 무조건 규모가 아니라 특화되고 경쟁력이 있는 회사를 인수하면 된다. 미국의 GE캐피털이 그렇게 성공한 회사중 하나다." -기업경영에서 브랜드가치를 강조하는데 '한국(Korea)'이란 나라의 브랜드는 어떻게 보나. "한국은 제조업이 강한 나라라는 인상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 선진국이 되려면 제조업으로 승부해선 어렵다.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동안 제조업을 하려면 시설 등 인프라 투자를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여야 했다. 그러나 서비스업은 그럴 필요가 없다. 위성시스템만 갖추고 있으면 된다. 때문에 서비스업에선 어느 나라도 절대 우위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제조업 강국이 중국이라면 서비스업 강국은 인도가 될 것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