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D램 반도체업계, 1사 체제로 통합', `히타치.미쓰비시,시스템LSI 통합합의', `日 항공업계, 양강체제로', `日 철강업계 재편 가속화', `日조선통합법인 출범'. 일본 산업계의 최근 동향을 전하는 신문 제목들이다. 지각변동에 가까운 일본산업계의 재편양상은 큰 흐름을 훑어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빠진다. 80년대 세계를 호령하던 일본경제가 장기침체의 늪에 빠져 세계경제의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지 십수년. 일본 산업계는 지금 1차적으로는 `살아남기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제의 적과도 과감히 손잡는 말그대로 지각변동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고이즈미(小泉)내각의 공적자금 재투입을 통한 부실채권처리 가속화 선언은 앞으로도 일본 산업계의 구조개편과 합종연횡을 더욱 가속화시킬 전망이지만 이런 합종연횡이 반드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종횡으로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일본 산업계의 주요 재편 움직임을 업종별로살펴본다. ◆반도체업계(메모리부문) = 일본 NEC와 히타치(日立)의 반도체부문 합작법인인 엘피다 메모리는 "미쓰비시(三菱)전기의 일부 D램 사업부문을 인수하고 대만 파 워칩 세미컨덕터와 파운드리 제휴를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내년 4월까지 미쓰비시의 D램 부문 인수작업을 마치고 나면 엘피다의 세계 D램시장 점유율은 15%로 상승해 독일 인피니온테크놀로지를 제치고 4위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지난 99년 설립된 엘피다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세계 D램업계의 불황으로 인해경영난을 겪으며 대책마련에 부심해 왔으며 미쓰비시도 최근 실적부진으로 인해 메모리 사업을 포기할 기회를 물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HSBC증권의 워렌 라우 애널리스트는 "미쓰비시의 경우 그동안 업계에서 생존이힘들었다"며 "이번 합병을 통해 D램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좋은 명분을 찾은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엘피다는 또 이와 별도로 내년 4월부터 대만 3위의 D램 생산업체인 파워칩의 0.13 및 0.12마이크론 공정을 사용하는 한편 향후 0.11 및 0.10마이크론 공정 공동개발을 추진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제휴는 엘피다의 연구개발(R&D) 능력과 파워칩의 저비용 생산능력을 합친것으로 D램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엘피다의 토쿠야마 켄지 사장은 "다른 업체들과도 전략적 제휴에 대해 논의할준비가 돼 있다"며 "이번 다자간 제휴 체결로 인해 D램시장에서의 입지확보에 성공한데 이어 앞으로는 시장점유율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80년대 반도체시장을 주도했던 일본 D램업체들이 삼성전자 등 외국업체들에게 선두자리를 내준뒤 줄곧 실적부진에 시달려 왔으나 최근 활로를 찾기 위해 국내외 업체들간의 다자간 협력체제를 구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메모리반도체 업계 = 히타치(日立)제작소와 미쓰비시(三菱)전기는 시스템LSI(대규모 집적회로)와 플래시 메모리, S램 등 양사 반도체 사업의 대부분을 통합키로 합의했다고 3일 발표했다. `리네사스 테크놀로지'(Renesas Technology)로 명명된 통합회사는 내년 4월 설립될 예정이며 히타치가 55%, 미쓰비시가 45%를 출자한다. 통합회사의 내년 매출액은 9천억엔에 달할 전망이어서 반도체 메이커로는 도시바(東芝)를 제치고 미국 인텔사에 이어 세계 2위 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히타치와 미쓰비시는 당초 시스템LSI사업만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시작했으나 "시스템LSI사업의 시장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반도체 사업과의 연계를무시할 수 없다"(히타치 관계자)는 판단에 따라 포괄적 통합을 추진해 왔다. 이번 합의로 히타치는 반도체 사업을 대부분 새 회사로 넘기게 됐으며 미쓰비시 전기도 범용 D램사업에서의 철수를 비롯, 반도체 사업의 약 80%를 떼어내게 됐다. 미쓰비시전기는 그러나 인공위성에 쓰이는 광소자 등 주력사업과 연관성이 높은제품사업은 계속하기로 했다. 세계시장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다른 일본업체들의 생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도시바와 후지쓰는 지난 6월 광범위한 반도체부문 협력에 합의했고 NEC는 오는11월 반도체 사업부문을 분사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업체들의 이러한 행보는삼성전자 등 세계시장 주도자들과의 격차를 좁히려는 시도로 평가하고 있다. ◆항공업계 = 니혼고쿠(日本航空. JAL)와 니혼(日本)에어시스템(JAS)이 경영 통합해 설립한 공동지주회사 `니혼고쿠시스템'이 10월 2일 출범했다. 세계 6위의 거대 항공사로 거듭난 니혼고쿠시스템 발족으로 일본 항공업계는 젠니혼구유(全日本空輸. ANA)와 양대 그룹체제로 재편됐다. JAL와 JAS는 국내선에서 젠니쿠에 뒤져왔지만 경영통합을 계기로 하네다(羽田)공항 발착 주요 간선노선의 60%를 차지하게 돼 일거에 입장이 역전됐다. JAL와 JAS연합(JJ)은 경영통합되는 10월부터 선보일 신상품으로 `JJ회수권(6회분)'을 발매한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지금까지의 회수권은 다른 항공사의 항공기도 이용할 수 있도록 `엔도스'되는 것이 상식이었지만 JJ회수권은 값이 싼 대신 젠니쿠 항공기는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젠니쿠는 "이용자가 사용하기 어렵게 된다"고 반발했지만 JJ가 받아들이지 않아결국 젠니쿠는 통상회수권의 가격을 내려야 하는 처지에 몰리게 됐다. `엔도스 거부'는 우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회수권과 같은 형태의 JJ주도의 가격인하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젠니쿠도 `1만엔으로 하루동안 몇번이라도 탈 수 있는' 패키지 상품과 요일별로다른 운임을 내놓는 등 가격과 서비스의 다양화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양사체제 개편을 반기고 있다. 다만 `부작용'도 나오기 시작했다. 젠니쿠가 혼자 1일 1왕복 운항하던 도쿄(東京)-야마가다(山形)선이 11월부터 운항이 중단된다. "JJ에 대항하기 위해 채산이 맞지 않는 노선은 조정할 수 밖에 없다"(젠니쿠 고위 간부)는 설명이다. ◆철강업계 = 일본 유수의 철강회사인 NKK와 가와사키(川崎)제철은 공동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경영을 통합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일본내 철강 생산량 2, 3위인 NKK와 가와사키가 통합할 경우 3천만t(해외 자회사 생산분 포함)의 생산력을 갖는 세계 최대의 철강 회사가 된다. 경영통합 방식은 일단 2002년중 지주회사를 공동 설립, 양사가 지주회사 산하에들어간 뒤 철강, 엔지니어링 등 사업별로 통합해 가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으나 협상 여하에 따라서는 직접 합병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경영진은 경영 통합을 전제로 기간 분야인 연구 개발도 공동으 로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철강회사 통합은 지난 70년 야하타(八幡)제철과 후지(富士)제철이 합병,신닛데츠(新日鐵)이 탄생한 이후 처음으로, 앞으로 철강업계의 재편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일본제철을 중심으로 협조체제를 유지해온 일본 철강업계가 양사의 통합을 계기로 생존을 건 경쟁 체제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최대 종합상사인 미쓰비시(三菱)와 업계 6위의 닛쇼이와이(日商岩井)는철강수출부문을 통합하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양사는 성명에서 "미쓰비시와 닛쇼이와이는 금속산업부문을 통합할 계획"이라며"우선 양사는 철강부문 통합을 위한 포괄적인 협상을 벌일 것"이 라고 밝혔다. 양사의 철강부문이 통합되면 전체 인력은 1천100명에 달하고 매출 규모는 2조2천억엔에 이르게 된다. 이에 앞서 일본 2위의 철강업체인 NKK(일본강관)는 독일중공업 그룹인 티센쿠르프와 자동차용 강판 공급부문의 협력강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발표했으며 일본 최대의 철강업체인 신일본제철은 프랑스의 유지노와 강판사업부문 제휴를 공표한 바 있다. ◆조선업계 = 일본 7대 대형 중공업체간 조선부문 통합 또는 분사를 통해 탄생한 신설법인들이 이달들어 속속 출범하고 있다. 히타치와 NKK가 각각 50%의 지분을 출자한 조선부문 통합회사인 `유니버설 조선'과 IHI의 조선부문과 쓰미토모(住友)중공업의 군용선 부문이 통합한 선박 전문회사`IHI-마린유나이티드'가 1일 출범했다. 또 당초 IHI와 조선부문을 통합하려던 가와사키(川崎)중공업이 통합계획이 무산되자 조선부문을 분리, 100% 자회사로 설립한 `가와사키 조선'도 이날 출범했다. `유니버설 조선'은 히타치 조선과 NKK의 조선부문 연간 매출액 합계인 1천500억엔선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히타치측은 "조선사업부문을 특화된 회사로만듦으로써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자본금 100억엔으로 출범한 `가와사키 조선'은 연간 900억엔 안팎의 매출을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다. `IHI 머린 유나이티드'도 합병전 회사의 조선사업부문 연간매출총액인 1천억엔선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다. 일본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은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이지만 특히 세계 조선시장의 70%를 공동점유하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감원계획 등이 발표되지 않은 것으로 미뤄 구조조정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 조선업계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업체간 추가 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고 이에 따라 일본조선업계의 통합.재편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것으로 보인다. `신코'증권사의 애널리스트 와카이 마사노리는 일본 조선업체간에 통합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궁긍적으로 일본 조선업체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한국과 중국 조선 업체들이 만들지 못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특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학업계 = 도레이, JSR, 미쓰비시화학은 2일 가전제품과 자동차 부품 등에 사용되는 대표적 합성수지인 ABS사업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발표했다. 이들 3사의 통합이 성사되면 일본 국내 수위, 세계적으로도 4위의 메이커가 탄생하게 된다. 통합시기는 2003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JSR와 미쓰비시화학은 이미 공동출자회사인 테크노폴리머를 통해 사업을 통합했다. (서울=연합뉴스)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