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러너(합성수지를 금형에 넣어주는 주입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눈물을 많이 흘린 사람이 바로 당신 앞에 있다." 최근 기협중앙회로부터 '9월의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으로 선정된 류영희 유도실업 대표(55)가 바이어를 만날 때마다 던지는 말이다. 그만큼 그의 사업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핫 러너 생산의 한우물을 파왔다. 류 대표는 성직자가 되려다 사업에 뛰어들었다. 4대째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그는 신부가 되기 위해 광주광역시에 있는 가톨릭신학대학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학원 1학기 때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 신부(담임교수)로부터 퇴학명령을 받았다. 그는 "무슨 이유로 퇴학을 당했는지 지금까지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목회자보다는 사회생활을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담임교수가 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이 때가 1974년 4월. 류 대표는 그 해 가을 대우전자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해외출장중 핫 러너를 알게 되고 이를 생산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1981년 회사를 설립했다. 서울 동교동에 3평짜리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후 7년동안 9차례나 임대건물을 전전해야 했다. 류 대표는 "회사 설립후 제품불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밤을 새운 게 셀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류 대표에게 기회가 온 것은 지난 96년 일본의 한 잡화회사에 핫 러너를 수출하면서부터.사업초기 일본에서 플라스틱사출 기계를 수입할 때 알게 된 사람의 소개로 수출을 하게 된 것이다. 이후 제품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주문이 늘기 시작했다. 유도실업은 현재 9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40여개국에 제품을 내보내고 있다. "금형업체를 통해 수출되는 것까지 포함하면 전체 생산량의 70%가 수출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국내시장을 80% 가량 점유하고 있다. 올해는 수출 8백만달러를 포함 2백75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업후 단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는 류 대표는 "가격이 아닌 기술로 승부한다는 원칙을 갖고 덤핑수출은 한 번도 안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