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이 걷잡을 수 없이 폭증하며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년말이면 가구당 부채가 3천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돼 가계 대출로 인해 경제 전반에 거품이 생기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가구당 부채는 2천720만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7.9%의 증가세를 보였고 특히 7-9월에 이사철이 껴 있어 주택담보 대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이달말에는 3천만원에 바짝 다가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가계대출은 소비를 늘리는 등 내수확대로 연결돼 경기회복에 큰 도움을 주어왔지만 이제 상환능력을 넘어서 가계경제의 부실을 초래할 만큼 규모가 너무 커졌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가계대출은 담보로 잡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은행의 부실채권으로 전락해 은행경영에 압박을 가하고 이는 다시 소비증가 억제와 경기침체로 이어져 자칫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계빚 급증, 저금리가 주범 기업의 투자 수요가 줄어들어 은행들이 마구잡이식으로 가계대출 경쟁을 벌여 가계대출 급증세가 빚어졌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가계대출은 기업대출에 비해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에도 유리해 은행들은 너도나도 가계대출 확대전략을 써왔다. 그러나 가계대출 증가의 근본원인은 돈을 빌려쓰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금융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저금리기조에다 은행들이 소매금융 확대전략을 취하면서 주택담보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빚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급증한 것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이 주택 담보대출 수요를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된 점도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문제로 지적된다. ◆대책 약발 없어 한국은행이 5월부터 가계대출 비율이 높은 은행에 대한 총액한도대출 배분을 낮추는 불이익을 줬으나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주택담보 대출에서 시가 대비 대출액 비율을 낮추라고 했으나 이미 시가가 높아진 상태여서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은의 조사결과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액이 담보 평가액의 절반수준에 그친다는 점도 담보 비율 인하가 능사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기업의 자금수요가 급감한 상태인 만큼 부실화 우려가 있더라도 은행으로서는 가계 대출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값 하락시 거품 터져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은행이 담보로 잡은 주택가치도 하락, 주택담보대출이 부실 채권으로 전락할 우려가 큰 실정이다. 주택담보대출은 금융계 가계 대출의 25%를 차지하는 만큼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해 거품이 터지면 은행 부실화로 이어져 자칫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정한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은행의 담보가치가 떨어지는게 최악의 시나리오"라면서 "대출 부실화는 은행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금리 인상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예금보험공사의 김정렬 전문위원은 "금리인상을 통한 부동산시장 안정화는 이미 기회를 놓친 것으로 보고 지금은 담보비율 축소 유도, 부동산대출 총액한도제, 세제개편 등과 같은 미시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tsyang@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