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의 국가부도 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하고 건실한 경제를 되찾은 한국의 성공사례는 경기침체를 겪고 있으면서도 개혁의지가 보이지 않는 독일과 일본에 교훈이 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로스마리 라이터 논설실장의 현지취재 기사를 통해 한국은 과거 식민지배국이었던 일본이 쇠퇴증상 치유에 10년 이상을 헛되이 보내는 동안 경제관행을 크게 변모시켰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97년 이후 광범위한 구조조정 뿐만 아니라 관료와 기업의 마인드에도 큰 변화가 이뤄졌다고 신문은 말하고 그러나 변화는 값싸게 온 것이 아니며 이같은 정부의 회복 프로그램에는 1천360억달러가 소요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변화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계화의 수용이라고 신문은 말하고 외국 투자자들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했던 한국이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현재 상장사 시가총액의 36%, 거래가능 주식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4년간 유치한 외국인투자가 520억달러에 달해 과거 40년간 유치한 외국인투자 총액의 2배가 넘는다고 신문은 말했다. 이같은 한국의 변화는 저항을 극복하겠다는 결의에 찬 소수의 정력적인 핵심 관료들이 주도, 공공재정과 경제관리 측면에서 부인할 수 없는 개선이 이뤄졌으며 이들은 영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신문은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는 이와 달리 시스템 전체가 매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정치자금은 아직도 불법적인 기업 "기부금"으로 조달된다고 신문은 말했다. 지난 97년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많은 한국인들과 외국인 관측통들은 정치의 정직성이 개선될 것으로 믿었으나 청와대가 스캔들에 휩싸여 대통령의 두 아들이 부패혐의로 체포됐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수십년간의 독재를 거치면서 한국에서는 민주주의가 쓰레기통 속의 장미꽃으로 비유됐으나 이제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민주주의가 장미보다는 쓰레기통 냄새가 난다고 불평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보수주의자들이 재집권할 수 있으며 이는 새로운 한국모델의 탄력성을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이 시험이 한국을 파멸에 이르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 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