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미국 타이코 인터내셔널의 전직 CEO가 자신의 이름으로 대학에 거액의 기부금을 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기업 기부금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타이코 사측은 최근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지난 6월초 사임한 데니스 코즐로우스키 전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이름으로 회사공금 250만달러를 버몬트주 미들베리대학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또 코울로우스키 전 CEO가 미들베리 대학 이외에도 회사의 공금으로 미국내 여러 비영리단체와 대학 등에 기부금을 내면서 회사 명의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적어냈다고 타이코측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NYT는 기업경영자들이 적극적으로 기부금을 내는 것은 본래 목적인자선사업이나 기업의 발전울 위해서라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세제혜택을 받거나 퇴직후 자리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경영자들은 유력한 단체나 대학 등에 자신의 이름으로 기부금을 냄으로써 세금공제 혜택을 받는 한편 자신은 물론 전직 경영자들이 퇴임후 자리를 확보하려 하고 있으며 기부금을 받는 단체들도 이를 당연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이 내는 기부금은 결국 주주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며 광의적으로는 국민 세금에 의해 조성된 것이기 때문에 경영자가 이로 인한 혜택을 누리는 반면 정작 이로 인한 피해는 투자자들이나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같은 폐해로 인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의회가 수년전부터 기업 기부금의 내역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하려 했으나 기업과 수혜단체의 로비로 무산돼 기부금의 유용은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또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기부금 액수가 크게 줄어들긴 했으나 기업기부금은 꾸준한 증가세에 있어 결국 이로 인해 경제전반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지적을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니애폴리스 소재 투자운용사인 AAFR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기업들이 자선사업에 사용한 돈은 기업들의 총 세전수익의 1.3%에 달하는 90억5천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미기부금위원회(NCRP)의 릭 코언 회장은 "현재 기업기부금 가운데 일반에 공개되는 비율은 전체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라며 "당국도 파악하지 못하는 거액의 돈이 자선이라는 이름으로 흘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코언 회장은 "지난해말 파산한 엔론도 기부금을 통한 부정행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사를 벌였으나 실패했다"며 "기업 기부금은 워낙 불투명해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코즐로우스키 전 CEO는 뉴저지주의 한 신학대학에도 거액의 기부금을 내 이른바 `코즐로우스키 홀'이 기독교 성인의 이름을 딴 건물들과 나란히 캠퍼스내에 공존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코즐로우스키의 기부금을 문제삼는 학생은 거의 없다면서 기업 기부금은 대학생 등 수혜단체 구성원들로 하여금 해당기업의 비리가 드러나더라도 이를 비난할 수 없도록 하는 또다른 악습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