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갈수록 시중 자금의 부동화 현상은 더욱 심해지는 양상이다. 전체적인 규모 뿐만 아니라 이동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달 들어 9일까지 은행권의 단기저축성 예금에만 약 2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단기채권형 상품으로도 2천5백억원의 신규자금이 유입됐다. 종전과 다른 것은 투신권의 대표적인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로부터는 4천9백억원의 자금이 빠져 나간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이같은 현상은 대내외 증시여건이 불안해지고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 시중재테크 자금들이 아직까지 뚜렷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이다. 앞으로 미국 증시가 불안해 보이고 "9.12 아파트 대책"으로 시중재테크 자금의 부동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에도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주목된다. 종전처럼 특정 지역을 막다보면 인접지역으로 이전되는 "고무풍선형 투기현상"이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효과가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9.12 대책으로 이같은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12일에 열렸던 금융통화운영위원회에선 관심이 됐던 콜금리 인상은 단행되지 않았다. 대외 여건이 안 좋은 점이 금리를 동결한 주요인이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금리는 현 수준에서 종결했다해도 시중 유동성을 환수해 실질적으로 금리인상 효과를 거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오는10월 금통위에서 금리가 인상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기존의 시중자금 흐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저금리에 따라 금융부채를 이용한 부동산,골동품과 같은 실물 투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부채-디플레 신드롬(debt-deflation syndrome)" 현상을 억제해 거품 해소에는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신에 금융상품에 있어서 올해말까지 각종 연금등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상품들이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한국은행이 시중유동성을 환수해 나간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자금이 풍족한 상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연말 정산을 겨냥한 세제혜택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여전히 풍족한 편이다. 이달 들어 11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3천7백억원에 그친 반면 회사채 상환액은 8천2백억원에 달했다. 순상환 규모가 4천4백억원에 이른 셈이다. 한국은행도 이런 점을 감안해 이번 추석용 자금방출은 가능한 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현 정부들어 추석자금을 가급적 많이 풀지 않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천2백원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2주 이상 지속되고 있다. 대외적으로 엔.달러 환율의 움직임이 비교적 평온하고 국내 외환시장에서 외환수급 요인도 커다란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당분간 이같은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재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풍족한 점을 감안하면 종전처럼 추석을 앞두고 원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달러화를 내놓아 환율이 하락하는 현상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