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를 승인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한화는 오랫동안 꿈꿔온 금융.서비스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는 날개를 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자위는 13일 전체회의를 열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그간 한화컨소시엄과 벌여온 대한생명 매각협상 결과를 보고받고 본계약 체결여부는 차기 회의로 미뤘으나 제반 인수조건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했다. 이로써 다음주 초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차기 회의에서는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가 승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한화그룹은 국내 유일의 화약제조업체로 출발, 석유화학과 유통, 무역, 건설, 증권 등 다방면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왔으나 그동안 이렇다할 주력업종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심각한 유동성 부족을 겪으면서 최대 계열사인 한화에너지를 3조원에 현대정유에 넘기고 간판기업 가운데 하나인 한화기계를 독일 FAG에 매각하면서그룹의 기조가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한화 계열사들을 굳이 분류한다면 ▲석유화학 ▲유통.레저 ▲금융 등 3개 부문과 여기에 속하지 않는 군소 계열사들로 대별할 수 있다. 석유화학 부문에는 한화석유화학, 한화종합화학, 한화포리마 등이 포진해 있고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그룹의 모태인 ㈜한화도 크게는 이 부문에 포함된다. ㈜한화를 포함한 석유화학 부문은 지난해 매출 5조원으로 유통.레저부문 매출 2조원을 크게 앞섰지만 유화제품 생산공정에서 원료부문을 담당하는 한화에너지가 품에서 떠나면서 주력사업으로서의 역량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유통.레저부문은 외형에서는 아직까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한화가 미래성장 산업으로 꼽아 집중투자하는 산업이다. 유통부문의 한화유통(갤러리아, 한화마트, 한화스토어)은 매년 20-30% 성장을거듭하면서 지난해에는 매출 1조4천억원, 흑자 1천억원의 성과를 거뒀으며 레저부문의 한화국토개발(콘도체인)과 한화개발(호텔)도 지난해 모두 7천억원 정도의 매출을올렸다. 한화는 앞으로 소득이 높아지고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유통.레저부문이 그룹을 견인해갈 핵심사업의 하나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부문으로는 한화증권, 한화투신, 한화기술금융 등을 거느리고 있었으나 관련 업계에서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았다. 삼성의 삼성전자, SK의 SK텔레콤 등 그룹을 대표하면서 수익기반을 갖춘 업종이없어 재계에서의 위상도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가 꺼낸 히든카드가 바로 대한생명 인수다. 구조조정 모범기업으로서의 모든 역량이 집중된 대한생명의 인수는 한화로서는 단순히 보험회사 하나를 인수하는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한화가 대한생명 인수를 완료하면 한화의 주력은 이제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하는 제조업에서 금융.유통서비스업으로 완전히 바뀐다. 한화는 기존의 3개의 금융회사에 거대 생명보험회사까지 끌어안게돼 명실공히금융그룹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생명보험업계의 판도변화까지 예상하고 있다. 대한생명은 생명보험업계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삼성생명에 이어 교보생명과 함께 업계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대형 생보사로 지난 2000 회계연도에는 2천989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냈지만 2001 회계연도에는 7천억원 이상의 당기 순이익을 냈다. 3조5천5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자산건전성도 확보된 대한생명이 시장에서얼마나 큰 목소리를 낼 것인가는 이제 인수기업의 몫이다. 한화는 23조원에 달하는 대한생명의 자산을 한화증권, 한화투신운용 등 계열내금융회사와 연계해 새로운 사업을 벌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여곡절끝에 거대 금융사인 대한생명을 품에 안게 되는 한화는 그룹의 중심에 대한생명을 내세워 성장엔진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가 그동안 인수자격의 적정성, 가격 재산정 등과 관련한 대한생명 인수의지를 꺾지 않았던 것은 금융.서비스 그룹으로 탈바꿈하려는 장기적인 경영전략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한화는 ㈜한화 인천공장 부지와 군자매립지 등을 매각하거나 개발후 분양하는방식으로 1조5천억원 정도의 추가 유동성을 확보, 금융.서비스 분야에 집중투자할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장국기자 @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