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일본식 디플레'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가능성 고조 △전세계 주식시장의 약세 △경제회복 지연 등으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 금리가 30여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소비감소로 물가가 하락하는 등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진단했다. FT에 따르면 미국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2분기 경상수지적자가 사상 최악 수준에 이르렀다는 소식으로 3.96%까지 떨어졌다. 이는 1963년 이래 최저치이며 지난해 9.11 테러 직후보다도 0.6%포인트 이상 하락한 수치다. 또 독일 프랑스 등 유럽 12개국으로 구성된 유로존의 국채수익률도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다. FT는 "일본이 지난 90년초 버블붕괴를 경험했을 때 투자자들이 국채집중 현상을 보여 금리를 1% 부근으로 떨어뜨렸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뒤 "'믿을 것은 국채뿐'이라는 심리가 확산되면 저수익에 따른 소비감소로 이어져 경제가 장기간 활력을 잃게 될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쿠퍼 글로벌채권 전략가도 "현재 전세계적으로 자산가격 거품이 나타나고 있다"며 "일본은 이미 깊은 디플레에 빠져 있고 중국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수출가격 디플레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도 경기후퇴와 부채부담 증가에 몰리고 있어 디플레를 진정시킬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