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가 불안해지고 주가하락 등으로 경제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주식시장을 이탈한 자금이 원유, 금, 곡물 등 국제 1차상품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1차상품시장은 경제가 호전돼 수요가 확대되는 국면에서 오르는 것이 보통이지만 현재의 상품시장은 향후 불안감을 배경으로 한 투기적 움직임이 겹친 "負의 시황"을 연출하고 있다. 원유와 곡물값이 계속해서 오르는 것은 경기의 마이너스 요인이 늘게되는 셈이어서 각국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13일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美 동시다발 테러 1주년 기념식이 열린 11일미국 주식시장의 다우공업주가평균은 "애국심 매입"에 힘입어 한때 150달러 이상 상승했으나 한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속락, 결국 전날 종가보다 21.44달러 하락한 8581.17달러에 장을 마쳐 투자가들이 발을 빼고 있음을 반증했다. 투자가들의 주식시장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음은 7월에 미국 주식신탁에서 과거 최대 규모인 490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된데서도 확인된다. 이탈자금의 대부분은 주식보다 안전한 채권시장으로 유입됐지만 높은 수익률을쫒는 헤지펀드 등의 투기자금은 금, 곡물, 원유 등 상품시장으로 몰리는 경향? 강해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원유, 곡물 등의 주요 1차상품으로 구성되는 대표적 국제지수인 CRB선물지수(1967년=100)의 동향이다. 이 지수는 9월들어 1년 반만에 220을 넘어섰으며 계속 상승기조를 보이고 있다. 감산과 중동정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3월 후반부터 오르기 시작한 원유가격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여부를 결정하는 기준가격의 상한선인 배럴당 28달러를 넘어 30달러에 육박할 기세다. 부시대통령의 對이라크 정책 동향과 19일 오사카(大阪)에서 열릴 OPEC총회에서증산결정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비상시의 금매입" 움직임도 강한 편이다. 작년에 발생한 9.11 테러사건을 계기로 단숨에 온스당 250달러대에서 급등한 금가격은 일본의 예금부분보장제(예금보장액을 원금 1천만엔과 그 이자까지로 제한하는 조치)에 대한 우려가 겹쳐 300달러를넘어선데 이어 "이라크 정세 여하에 따라 400달러를 넘볼"(상사 관계자) 태세다. 올들어 주식투자신탁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0.1%였지만 석유가격은 50%, 금은 30% 올라 헤지펀드의 투기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상기후로 세계적인 곡물흉작이 예상되는 것도 이런 현상에 박차가 되고 있다. 흉작을 예상한 무역상사와 헤지펀드 등의 투기자금이 몰려들면서 콩은 50%, 옥수수는 40%, 소맥은 25%나 가격이 급등했다. 12일 발표되는 미국의 쌀생산전망과 중국의 곡물수입 급증, 이라크 정세 등 파란요인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게 쌀 선물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생산비용 상승, 식량가격 급등 등이 세계경제 전망에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