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타격을 입히고 지나간 태풍 `루사'의 후(後)폭풍이 올 추석마저 날려버렸다. 민족 최대의 명절을 1주일 남짓 앞둔 13일 현재 국내 주요관광지 호텔.콘도는물론 해외여행 예약 창구는 예년과 달리 썰렁한 모습이다. 이는 올 추석 연휴일수가 예년에 비해 짧은데다 태풍피해로 관광 및 해외여행을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때문으로 주요 고속도로의 개통과 경기회복 등으로 추석 관광특수를 기대했던 관광업계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말 영동.중앙.동해고속도로의 확장 또는 완전개통 이후 중부권 관광지에서 전국 휴양지로 변모한 강원도 동해안에는 주말과 휴일을 이용한 관광객이 급증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동해안을 강타한 태풍으로 폐허로 변한 관광지는 추석 연휴 성수기를 누리기 힘들 전망이다. 예년이면 연휴기간 80-90% 예약률을 보이던 시점이지만 현재 속초 한화콘도를비롯한 20여개 콘도는 65-70%의 예약률에 머물고 있다. 이마저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라 설악권은 수해피해를 이중 삼중으로 겪을 전망이다. 금강산 관광도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직후인 지난 9월1일부터 17일까지 전 일정이 현지 수해로 취소된 상태며 추석 연휴 기간 관광일정도 현재로서는 유동적이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올해 추석 연휴에 1일 평균 7천-8천명씩 모두 2만-2만5천명의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 하루평균 1만2천명이 찾았던 작년 추석때보다 30-4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숙박업계의 경우 특급 관광호텔은 작년과 비슷한 호황이 예상되고 있지만 일반호텔과 여관 등은 40%에도 못미치는 예약률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유명 콘도도 이번 수해로 인해 예년보다 예약률이 떨어지는 등썰렁한 분위기다. 국립공원 지리산 화엄사 입구에 있는 한화 리조트의 경우 호텔 객실 44실 중 예약된 것은 9개실(20%)에 불과하고 콘도는 57개실 중 46실(80%)에 그쳐 호텔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가량 적은 반면 콘도는 지난해보다 약간 늘었다. 또 각 210개와 220개의 객실을 보유한 구례 송원리조트와 화순 금호리조트의 추석 연휴 객실 예약률은 각각 50%와 35%로 예년의 70%와 50%에 비해 예약률이 저조한실정이다. 화순 금호리조트 관계자는 "이번에는 추석 연휴 기간이 짧고 수해까지 겹쳐 예약률이 더 떨어진 것 같다"며 "추석 특수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74개 객실을 보유한 유성리베라 호텔은 추석 연휴 기간 40실 안팎만 예약된 정도다. 또 예년 추석기간에 70% 안팎의 예약률을 기록해온 유성호텔도 올해는 현재까지190개 객실 가운데 30% 가량만 예약된 실정이며 레전드 호텔 등 다른 호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해안지역 숙박업계는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추석 특수를 기대하고 있는데 충남 안면도 오션캐슬콘도의 경우 248개 전 객실의 예약은 이미 끝났지만 회원들의 문의가 작년보다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추석 때 가족단위 여행객들로 크게 붐볐던 안면도 바닷가 고급 여관과 민박집 등도 썰렁한 분위기다. 또 예년 같으면 추석 연휴를 이용해 해외로 나가려는 시민들로 여행사 사무실이북적거릴 시기지만 올해는 문의전화조차 뜸한 상태다. 해외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수원 국일여행사의 경우 오는 19, 20일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로 떠날 해외여행 예약자가 1천명에 그쳐 지난해 추석 전날과 당일의 예약자 3천명의 1/3 수준으로 줄었다. 또 하나투어도 지난해 추석연휴 11일전 해외 여행자수는 6천400명이었으나 올해는 절반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일여행사 양병선(40)부장은 "우선 추석연휴가 지난해보다 줄어들었고 수해 등으로 인해 국내사정이 좋지않아 해외여행이 지난해보다 굉장히 저조하다"고 말했다. 대전 A여행사의 경우 이달 들어 해외여행 모집객이 하루 평균 2명으로 지난해이맘 때 10명의 20% 수준에 그쳤으며, B여행사도 지난해 이맘때 8명에 비해 요즘은 단 1명에 불과한 형편이다. 신혼여행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C사 역시 다음달 초 비행기 좌석을 문의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의 전화는 잇따르고 있으나 예약 실적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을 밑돌고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행사 관계자는 "추석 연휴가 짧은 데다 태풍 '루사'에 따른 수해로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여행업계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여행지도 2박3일 또는 3박4일 코스인 동남아지역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춘천.대전.제주.광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