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하지 않을 경우 주요 석유 소비국의 재고가 줄어든 상황에서 올겨울 유가가 폭등할 수 밖에 없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11일 경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조직인 IEA가 오는 19일 오사카에서 소집되는 OPEC 각료회담을 앞두고 증산압력 차원에서 이런 `정치적' 성격이 강한 분석을 내놓은 것이고 지적했다. 이들은 IEA의 올겨울 석유수요 전망이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OPEC 소식통은 OPEC 각료들이 오사카 회동에서 산유쿼터를 조정하지 않는 대신 아마도 오는 11월께 증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IEA 보고서는 오는 4.4분기 세계 석유수요가 160만배럴 증가한 하루 7천810만배럴로 늘어날 전망인데 반해 생산은 지난 8월 현재 하루 7천610만배럴로 오히려 줄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가 지난달 수출을 줄임으로써 석유 수급에 더 차질이 빚어졌으며 그 여파로 미국의 전략비축유도 감소돼 여건이 더 나빠졌다고 강조했다. IEA는 이것이 유가 폭등으로 세계가 고통을 겪었던 지난 99년과 "너무도 흡사한 상황"이라면서 여기에 "세계 경제가 여전히 좋지 않고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강행하려는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IEA의 이같은 분석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국제에너지연구소(CGES)의 레오 드롤러스 수석연구원은 "IEA 보고서가 과장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일종의 정치적인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IEA가 특히 4.4분기 석유 수요를 "이렇다할 근거없이 너무 과다하게 예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런던 소재 에너지중개 전문기관인 GNI의 상품분석 책임자 로런스 이글스도 IEA가 주요 석유소비국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OECD 산하 기관임을 상기시키면서 "OECD가 `올겨울 석유가 더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IEA 보고서는 그러나 이라크가 수출을 하루 27만배럴 줄였으며 북해 산유 지역에서도 계절적 보수 때문에 생산량이 하루 51만배럴 감소된 상태라면서 이 때문에 미서부텍사스중질유가 지난달 작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심리적 상한선인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유가가 지난해 12월부터 8월까지 뉴욕시장의 경우 47%, 런던시장은 43%가 각각 상승했음을 상기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OPEC가 통상적으로 쿼터를 초과해 생산하는 물량이 현재 하루 169만배럴에 불과하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반면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석유산업 책임자인 피터 기뉴는 미국의 전략비축유가 현재 2억9천84만배럴로 "지극히 정상적인 수준"이라면서 이것이 "지난 10년간의평균치에 비해 5% 가량만 낮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