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지만 일본 경제 곳곳에는 아직도 이 사건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글로벌화된 일본의 주요 산업들은 동시다발 테러의 영향에 취약해 전자.전기업계 등은 미국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기업의 리스크관리는 강화됐지만 손해보험업계 등은 미국과 유럽에 비해 테러대책이 아직도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미국 통신업계에 해저 광케이블 설비 등을 대량 수출해온 NEC의 경우 작년부터 미국기업의 주문이 아예 끊겼다. NEC의 통신부문은 작년 상반기(4-9월)에만해도 이 회사 전체 이익의 약 10배를 벌어들여 반도체 부문 등의 적자를 메우고도 남을 정도의 호조를 보였으나 테러 발발후인 3.4분기(10-12월)에는 핵심사업인 인프라사업이 금방 적자로 돌아섰다. 미국 통신관련 시장이 언제 저점을 통과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고 보면 현재로서는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월드컴 도산 등으로 올해 수주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타격을 받기는 경쟁사들도 마찬가지여서 작년 이후 유력 전기.전자업체 7개사가 총 11만6천명의 구조조정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고 채산이 맞지 않는 사업부문의 통폐합도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세계적인 주가하락'현상이 초래돼 은행주를 비롯한 보유주가가 내리는 바람에 일본 국내기업의 체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신니혼세이데츠(新日本製鐵)는 3월말 결산에서 550억엔을 보유주식 평가손으로 계상, 7년만에 당기적자를 냈다. 9월 반기결산에서도 30억엔의 평가손을 예상하고있어 보유주식 매각에 따른 주가의 연쇄 하락도 우려된다. 테러의 직접 영향을 받은 관광업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일본여행업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테러가 관광업계에 미친 영향은 4천억엔에 이른다. 실제로 테러 사건후도산 등으로 영업을 중지한 중소업체가 14개사에 달했다. `단골' 해외여행지였던 미국으로 가는 관광객도 크게 줄었다. JTB가 8월에 내놓은 北美투어상품 참가자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거의 반으로 줄었고 하와이나 괌여행자도 22-24% 감소했다. 반면 중국을 찾은 관광객은 23%나 늘어 대조를 보였다. 단체여행보다는 개인여행이나 기획여행 수요가 늘면서 결과적으로 미국을 피하는 경향이 표면화됐다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