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드라이브'의 타이밍이 국가경제의 명운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미국과 영국의 엇갈린 사례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지난 1980년대 말 몰아닥친 국가적 위기를 총력을 모은 산업경쟁력 회복 정책을 통해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자동차 철강 전자 등 주요 산업분야 경쟁력이 일본에 추월당하면서 곤두박질친 미국 경제의 자존심을 '산업혁신'을 통해 되찾은 것. 1993년 출범한 빌 클린턴 행정부는 산업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해법으로 들고나왔다. 기술 정보 생산성 등을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정보기술(IT) 생물기술(BT) 초미세기술(NT) 등 지식.정보집약적 신산업에 집중 투자했다. 기업들도 경쟁력이 뒤떨어진 사업부문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에 힘을 쏟았다. 세계 최강의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한 미국 경제는 지난 92년부터 2000년까지 연평균 3.7%의 성장을 지속하는 등 '신경제' 호황을 누렸다. 영국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19세기 세계 최대 산업 강국이던 영국은 20세기 들어 사회복지정책을 우선하는 바람에 생산성이 급락하면서 제조업 공동화 등 뿌리깊은 '영국병'에 걸렸다. 금융과 서비스산업 육성으로 대안을 모색했지만 경제력의 원천인 산업경쟁력 부재의 골은 깊었다. 최근 들어 전자상거래와 BT NT 등 신기술 분야를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면서 권토중래를 꾀하고 있지만 '잃어버린 세기'의 공백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