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철 경제부총리, 박승 한국은행 총재 등의 '금리인상 시기상조론'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가 금리인상 조기 단행론을 제기하고 나서 주목된다. 정 총재는 9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 연 4.25%인 콜금리는 시장금리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콜금리 목표치는 연 5% 수준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콜금리를 1년이나 1년반 전 쯤에 미리 적정수준까지 올렸어야 했다"며 "한국은행은 헛된 구호만 외치는 양치기 소년과 같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정 총재는 부동산 투기 과열과 관련, "한은은 정부 대책만 지켜볼 게 아니라 정부에 한 발 앞서 칼을 빼들어야 한다"고 박승 한은 총재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정 총재는 또 "콜금리가 현재처럼 낮은 상태에서 한은은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정경제부와 한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서민들의 요구가 쇄도했다. 전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지난 8일 "현 상황에서 금리를 올려도 부동산 투기억제 효과가 없다"고 말하자 재경부 홈페이지(mofe.go.kr) '자유발언대'에는 전 부총리를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그러나 정부와 경제계 일각에서는 미국 등 해외 경기가 여전히 불안한데다 국내 경기도 완전한 회복세를 장담하기 이른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 인상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반대론이 만만치 않다. 전 부총리나 박 한은 총재가 온갖 금리 인상 압력에도 불구하고 신중론을 고수하는 데는 나름의 '원려(遠慮)'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형규.조재길 기자 ohk@hankyung.com